“척수성 근위축 질환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는 정책을 마련하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이달 2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앞에서 척수성근위축증(SMA) 환자들에게 의약품 접근권을 보장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SMA는 생존 운동신경세포1(SMN1) 유전자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근육 위축이 진행되는 유전 질환이다. 병이 진행할수록 근육이 약해지고 마비되다 스스로 호흡을 못하게 되면 사망에 이르게 된다. 현재까지 개발된 치료제는 총 세 가지다. 그중 두 가지는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초기에 네 번 투여 후 연간 세 번씩 정기적으로 맞는 ‘스핀라자’는 2019년 4월부터 회당 1억 2000만 원 상당이던 환자 부담금이 약 923만 원 수준으로 낮아졌다. 평생 한 번만 맞으면 되지만 1회 투여 비용이 20억 원에 달했던 ‘졸겐스마’는 이달부터 보험이 적용되며 환자 부담금이 600만 원 아래로 떨어졌다.
하지만 여전히 사각지대는 존재한다. 보험 적용을 받으려면 생후 24개월 이내로 체중 13.5㎏을 초과해서는 안 된다. SMA 1형보다 중증도가 낮은 2형이라는 이유로 건보 혜택을 전혀 받지 못하는 환자들도 있다. 이날 심평원 앞에 모인 환자들에게도 그러한 사연들이 있었다.
비단 SMA뿐일까.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안타깝지 않은 사례가 하나도 없다. 근본적인 문제는 한정적인 건보 재정이다. 2020~2060년 건보 장기 재정 전망에 따르면 건보 적립금은 7년 뒤 전액 소진된다. 2040년에는 누적 적자가 678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첨단 기술이 접목된 유전자 치료제의 등장으로 의약품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수혈 의존성 베타 지중해 빈혈 치료제 ‘진테글로’는 1회 투여 비용이 37억 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희귀 중증 질환 치료제에 대한 수요는 나날이 높아지는데 재정 한계에 묶여 환자들의 목숨 값에 우선순위를 매겨야 하는 게 국내 현실이다. 영국은 이미 2011년부터 제약사와 정부, 민간 의료 재단 출자로 항암제기금(Cancer Drug Fund)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도 고가 약 처방을 확대하기 위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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