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6개월을 넘어선 가운데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러시아 관광비자 발급 제한에 나서고 있다. 전쟁이 수개월째 지속되는 상황에서 러시아인들이 EU를 자유롭게 여행하도록 허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28일(이하 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외무장관들은 30일 체코 프라하에서 만나 이 같은 논의에 나설 예정이다. FT는 프라하에서 이틀간 진행되는 회의에서 EU 외무장관들이 EU-러시아 비자 촉진 협정 중단에 대한 정치적 지원을 할 계획이라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한 EU 고위 관리는 "러시아 관광객들이 EU의 도시를 다니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우리는 러시아인들에게 이 전쟁이 괜찮지 않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체코와 폴란드 등 일부 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관광객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했으며, 여타 EU 회원국들에도 러시아인 비자 발급을 중단할 것을 요구해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줄곧 서방에 러시아인 비자발급을 중단할 것을 촉구해왔다. EU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예외적인 상황에 처해 있는 만큼 예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비자 촉진을 중단하는 것 이상을 원한다"고 말했다. 이미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핀란드와 폴란드, 발트해 국가들은 솅곈협정이 국가안보를 예외조항으로 삼고 있다며, 이를 이유로 러시아인들의 입국 허용을 금지할 준비가 된 상태라고 밝힌 상태다.
다만 러시아인 비자 중단을 두고 회원국 간의 완전한 공감대가 형성되지는 않았다. FT는 독일을 포함한 일부 국가들은 전면적인 금지에 대해 경고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도 모든 러시아인 비자 발급 중단에 반대한다며 EU가 보다 선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FT는 "관광을 위해 EU를 방문하는 러시아인들을 전면 금지하는 것에 찬성하는 국가들은 완전한 국경 폐쇄를 원하지 않으며 인도주의적인 이유와 망명 신청, 푸틴 정권의 반체제 인사들의 도피를 허용하기 위해 예외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은 "헬싱키 공항에 많은 러시아 여행자들이 있다"며 핀란드가 러시아 여행자들을 위한 경유국이 됐다고 비판했다. 이처럼 러시아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여론이 악화되자 핀란드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러시아인에 대한 관광비자 발급을 현재의 10분의 1 이하 수준으로 줄이기로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