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매수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서울 부동산 거래가 사상 최악의 ‘빙하기’에 접어드는 모습이다. KB국민은행의 8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지수가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실제 거래량 통계에서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전체 가구의 0.01%만이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최소 올해 하반기까지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KB국민은행이 발표한 8월 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번 달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지수는 0.7로 지난달(0.9)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매매거래지수는 KB국민은행이 표본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거래 활발함의 정도를 설문 조사해 수치화한 것이다. 0.0~200.0의 범위 내에서 값이 낮을수록 거래가 한산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지수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전국 주택 시장을 강타한 2008년 11~12월 당시 최저 수준인 1.1을 기록한 후 약 15년 동안 1.0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지만 지난달에 이어 두 달 연속 1.0을 밑돌며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실제 거래량을 보여주는 통계에서도 이 같은 현상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이날까지 집계된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30건에 그친다. 통계청 자료에 따른 서울 내 재고 주택 물량 181만 8214가구의 0.01% 수준이다. 서울 아파트 1만 가구 중 1가구만이 거래되고 있는 셈이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부동산 거래 신고 기한은 30일로 이달 거래량은 다음 달 말까지 집계되면서 다소 늘어나겠지만 여전히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올 7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 역시 이날 집계 기준 635건으로 올해 2월 기록한 역대 최저치(820건)를 밑돌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처럼 아파트 거래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핵심적인 요인으로 주택의 현재 가치를 둘러싼 매수·매도자 간 시각 차이가 꼽힌다. 잠실이나 목동 일대 등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최근 실거래가가 지난해 고점 대비 수억 원 떨어졌음에도 호가는 지난해 수준으로 유지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대표적으로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 84.8㎡는 지난해 10월 27억 원으로 신고가를 기록한 뒤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해 올 7월에는 22억 5000만 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매물 가격이 높게는 26억 5000만 원에도 형성돼 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의 가치를 매도자는 신고가를 기준으로, 매수자는 최근의 하락세를 토대로 바라보며 양측 간 시각 차이가 큰 상황이 거래 절벽의 핵심 요인”이라고 짚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주택 시장이 원활하게 돌아가려면 무주택자의 신규 수요는 물론 1주택자의 이동 수요가 발생해야 하는데 신규 수요 자체가 워낙 없어 기존 주택 처분이 어려우니 1주택자의 이동 또한 막힌 상황”이라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강화된 대출 규제와 더불어 금리 인상이 시장을 규정짓는 지금의 상황이 최소한 올해 하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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