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은 국민에게 가장 헌신적이고 가장 유능한 집단이 돼야 봉사할 수 있다”며 공개적으로 고강도 인적 쇄신 방침을 29일 밝혔다. 정무수석실 비서관 두 명이 이날 사퇴하고 시민사회수석실의 한 비서관도 면직됐다. 최근 감찰이 집중된 시민사회수석실과 정무수석실은 수석 교체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 약식 기자회견(도어스테핑)에서 인적 쇄신과 관련해 “(대통령실은) 가장 중요한 기관이기에 늘 국가에 대한 헌신적인 자세와 업무 역량이 최고조로 유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달 8일 휴가에서 복귀한 윤 대통령은 최영범 홍보수석을 김은혜 수석으로 교체했다. 이후 16일에는 쇄신과 관련해 “꼼꼼하게, 실속 있게, 내실 있게 변화를 줄 생각”이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이날은 ‘헌신’과 ‘업무 역량’이라는 기준을 내세워 중폭 이상의 인적 쇄신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이 출근길에 이 같은 의견을 내자마자 홍지만 정무1비서관과 경윤호 정무2비서관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퇴 형식이지만 사실상 경질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문서 유출 의혹을 받은 시민사회수석실의 임헌조 비서관도 이날 인사위원회에서 면직 처분을 받아 물러나게 됐다. 대통령실이 강도 높은 내부 감찰에 들어가면서 인적 쇄신의 파도가 홍보수석실에서 시민사회수석실에 이어 정무수석실까지 덮치고 있다.
비서관급들이 대거 물러날 경우 강승규 시민사회수석과 이진복 정무수석도 거취를 표명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실무를 담당하던 비서관급들이 사실상 경질된 상황에서 수석들이 제대로 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감찰이 윤 대통령의 의지에 따른 조치여서 수석들 역시 인적 쇄신의 칼날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치권과 대통령실에 따르면 시민사회수석실과 정무수석실이 임기 초반 제대로 된 정무적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소야대 구조로 정권이 교체된 상황에서 전직 대통령의 사저 앞에서 강성 우파 시민단체의 극단적 시위가 100여 일간 이어졌다. 정치 진영 간 반목이 커지고 있는데 대통령실은 야당과의 협치를 위한 기반조차 조성하지 못했다. 시민사회수석실과 정무수석실이 역량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인적 쇄신과 관련해 “수석도 예외가 아니다.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예외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번 인사 쇄신이 소위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과 관계된 인사들에게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사퇴한 비서관과 행정관들 모두 윤핵관 주변 인물들이다. 더욱이 권성동 원내대표, 장제원 의원과 가까운 김무성 전 의원을 대통령이 의장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에 내정했다가 최근 철회하는 방안도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 같은 의혹을 부인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특별히 (대통령실) 이 안에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분들이 있을 수 없다”며 “국민을 위한 시선을 맞추는 데 분리되거나 각자 소속이나 추천 경로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진다면 대통령실에 근무할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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