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하나씩 미쳐있는 것이 있다. 별것 아닌 것 같아 보이던 열정은 나만의 강점이 되고, 강점은 거사(巨事)에 큰 역할을 한다. 처음부터 특별하진 않았던 이들이 특별함을 증명해 내는 히어로물의 전형적인 플롯이다. ‘힙’(고유한 개성이 있으면서 신선한 것)한 히어로들을 그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서울대작전’(감독 문현성)의 상계동 빵꾸팸이 그렇다.
빵꾸팸은 1988년 서울 상계동에서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오합지졸 청춘들이다. 리더 동욱(유아인)은 누구보다 뛰어난 운전 실력으로 미국에서 열리는 데이토나 레이스 출전을 꿈꾸는 드리프터다. 우삼(고경표)은 클럽 DJ로 힙합 문화에 빤하고 여심을 홀리는 재주가 있다. 택시 운전을 하는 복남(이규형)은 인간 내비게이터라고 할 만큼 길눈이 밝다. 동욱의 여동생 윤희(박주현)는 수준급 바이크 실력에 적재적소 변신을 일삼는 재치를 갖고 있다. 막내 준기(옹성우)는 무엇이든지 고치고 개조하는 자칭타칭 상계동 맥가이버. 각자의 분야에서 특출난 재주가 있는 이들을 여기저기서 주시하고 있다. 급기야 정치권에서 VIP 비자금 수사 작전 투입을 제안한다.
‘서울대작전’은 풍자로 가득 찬 블랙코미디다. 작품 속 VIP는 전 장군(백현진). 줄곧 뒷모습만 나오지만 전두환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전직 대통령 VIP의 비자금을 관리하는 대한민국 비공식 2인자 강회장(문소리), VIP에 대한 충성심이 넘치는 보안사 소령 출신 이실장(김성균) 등 캐릭터는 군사정권 시대를 반영한다.
외피는 화려하다. 레트로가 아닌 뉴트로를 표방해 트렌디함을 강조한다. 80년대 서울멋쟁이 빵꾸팸을 통해 당시 유행한 돌청바지, 청청패션, 보잉 선글라스 등을 보여주고, 하얀 각그랜저, 프라이드, 콩코드, BMW M5 등 올드카들을 대거 등장시켜 볼거리를 더한다. 여기에 힙합 음악으로 스타일리시한 영상을 만들었다. 많은 부분에 공들이며 오락 영화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연출자가 지향하는 것처럼 ‘서울대작전’은 힙하다. 컬러풀하고 통통 튀는 캐릭터까지 웹툰을 실사화한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너무 힙한 것에만 집착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140분의 러닝타임 끌고 가는 이야기의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은 개성만 있다. 인물들의 전사가 부족해 공감을 이끌어내기 힘들다. 이들이 왜 그렇게 무모하리 만큼 작전에 힘썼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히어로물의 플롯을 쓰고 있는 작품은 시청자를 같은 편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 과정이 빠졌다. 인물들 간의 깊은 케미도 부족해 팬심을 우러나오게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빵꾸팸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는 건 문소리, 김성균 등 조연의 역할이 크다. 말투부터 행동 하나하나 그 시대 인물을 보는 듯하다. 목적 없이 표류하던 작품의 무게감을 준다.
연기 첫 도전인 그룹 위너 송민호 캐스팅은 탁월하다. 동욱에 대한 자격지심으로 똘똘 뭉친 갈치는 8할이 악을 쓰고 소리만 지른다. 자칫 극의 분위기를 흩트릴 수 있지만 송민호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유아인이 “송민호는 자유로움과 깡, 기성 배우에게서 느끼지 못했던 알 수 없는 에너지가 있다"고 한 것처럼, 오히려 연기를 잘 모르는 점이 득이 됐다. 독특한 작품에 특별함을 가미한 존재다.
◆ 시식평 - 실험 정신은 인정합니다
관련기사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