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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주종혁이 개척한 운명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주종혁 / 사진=BH엔터테인먼트




주종혁은 운이라고 말하지만 어쩌면 배우의 길은 그에게 운명이 아니었을까. 그는 배우의 길로 들어섰을 때부터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을 각인시킨 지금까지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가 말하는 운은 모두 본인이 만든 기회였다. 자신에게 들어온 행운을 꾸준한 노력을 통해 기회로 만들었기에 지금 그가 빛날 수 있다.

ENA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극본 문지원/연출 유인식)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우영우(박은빈)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다. 주종혁이 연기한 권민우는 우영우와 같은 로펌의 신입 변호사로, 유일하게 우영우를 배려하거나 돌봐주지 않고 그의 천재성을 시기한다. 처음에는 우영우를 이기기 위해 혈안이 돼 있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꼭 경쟁하지 않고도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점을 깨달으며 성장한다.

드라마 ‘디피(DP)’, ‘해피니스’, ‘유미의 세포들’ 등에서 신스틸러로 활약한 주종혁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통해 처음으로 비중이 큰 역할을 맡게 됐다. 그는 권민우 역을 쟁취하기 위해 오디션에서 양복까지 준비하는 철저함을 보였다. 주종혁이 본 권민우는 신입 변호사로 단정하게 잘 꾸민 느낌이었기 때문에 양복을 차려입은 거다.

“양복을 입고 등장하니 감독님과 작가님은 다른 반응을 보였어요. 감독님은 ‘결혼식 가냐’고 웃으셨는데, 작가님은 ‘권민우 그 자체’라고 하셨죠. 제 성격과 전혀 다른 권민우 역을 쟁취할 수 있었던 건 옷차림도 한몫했다고 생각해요. 사실 제가 뽑혀서 어리둥절했어요.”(웃음)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스틸 / 사진=ENA


이렇게 권민우와 만난 주종혁은 우영우를 질투하는 권민우의 성격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주종혁이 가장 많이 참고한 건 영화 '아마데우스'의 살리에리다. 2인자 콤플렉스를 대명사인 살리에리는 우영우를 시기하는 권민우와 맞아떨어지는 지점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우영우를 괴롭히는 권민우가 긍정적 평가를 받았는데, 우영우의 천재성을 장애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능력으로 보고 경쟁하기 때문이다.

“살리에리는 모차르트 옆에서 ‘아무리 열심히 해도 천재는 이길 수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죠. 살리에리처럼 우영우를 그냥 한 변호사로서 대했던 것뿐인데 좋은 반응과 분석을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어요. 처음부터 욕먹을 각오로 연기했는데, 편견 없다는 평가를 해주셔서 감사하죠.”(웃음)

후배에게 아낌없이 주는 상사 정명석(강기영), 출중한 외모와 다정한 성격을 지닌 이준호(강태오) 등 이상적인 캐릭터 속에서 권민우는 가장 현실에 있을 법한 캐릭터다. “정규직이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모두 경쟁자”라는 대사에서 알 수 있듯 권민우는 단지 본인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회 초년생일 뿐이다.

“전 권민우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됐어요.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우영우의 돌발행동에 대한 조치가 없었던 것, 무단결근에 대한 제재가 없었던 것 등은 억울할 법 하다고 생각해요.”



권민우에게는 주종혁의 모습이 투영돼 있다. 주종혁은 신인 배우로 이제 막 활동 반경을 넓히고 있기에 권민우의 야망과 맞닿은 부분이 있다. 또 평소 친밀한 자신의 성격을 권민우에게 녹여 입체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권민우가 집과 사회에서 차이를 보였으면 싶었어요. 질투와 경쟁심에 일할 때는 다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더라도 친구로서는 괜찮을 수 있잖아요. 이런 권민우의 편안한 모습이 저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싱크로율은 20% 정도 입니다.”

완성된 작품은 신드롬급 인기를 얻으며 종영했다. 0.9%(이하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시작한 시청률은 17.5%까지 올랐고, 방송 2주 차부터 7주 연속 화제성 1위(굿데이터코퍼레이션 기준)를 기록하는 등 화려한 기록을 자랑했다.



“이전에 출연했던 ‘DP’ ‘해피니스’ ‘유미의 세포들’ 등은 모두 OTT 작품이라 시청률에 대한 이해가 없었어요. 주변의 반응을 보고 ‘아 이게 높은 거구나’를 알았죠. 촬영장에서는 오히려 내색하는 사람들이 없었어요. 각자의 마음속에서 환호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그런데 사람들이 칭찬해 주니까 저도 모르게 자꾸 연기를 착하게 하게 되더라고요. 감독님이 그거 아니라고 다시 하라고 말씀하신 적도 있어요.”(웃음)

작품의 인기에 힘입어 주종혁도 드라마 화제성 출연자 부분 7위에 이름을 올리고 권모술수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는 권모술수가 유행어가 될 줄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편으로 작품을 통해 별명을 얻는 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증거이기에 뿌듯한 마음이다. 그는 앞으로 새로운 작품을 할 때마다 새로운 별명을 갖는 게 목표가 됐다.

“처음으로 이렇게 많은 연락을 받아봤어요. 친구들은 SNS에서 관련된 사진을 찾아서 보내줘요. 최수연은 안 돼, 안산 선수 화살 조준 사진, 양세찬 닮은꼴 사진까지 다 봤어요. 심지어 약 15년 전, 유학할 때 홈스테이하던 집 아이가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고 연락을 하더라고요. ‘드라마가 인기가 있긴 하구나’를 실감했죠.”



운명처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와 만난 주종혁. 그의 운명적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가 배우의 길에 들어선 순간부터 운명은 시작된 거다. 유학 중이던 그는 21살 때 군 입대를 이유로 한국에 들어왔다. 오클랜드 기술대학교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했던 경험을 살려 크루즈 바텐더로 일을 하게 됐고, 그곳에서 손님으로 만난 한 PD의 눈에 띄어 홍보영상을 찍었다. 그리로 그 결과물에 매료돼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홍보영상을 찍고 25살 때 무작정 독립영화를 시작했어요. 따로 연기 학원을 다닌 적은 없어요. 처음에는 연기 자체보다 촬영하면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른 배우들의 연기를 보며 하나씩 알아가는 게 재밌었거든요. 그러다가 연기의 매력을 알게 됐어요. 현장에서 모두가 제 연기에 함께 집중해 준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 짜릿했는데, 그게 출발이었습니다.”



이렇게 연기를 시작한 주종혁은 쉼 없이 달려왔다. 그는 2015년 단편영화 ‘몽마’로 데뷔해 약 12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그러던 중 자신의 연기에 대한 관계자들의 솔직한 평가가 궁금해졌고, 대규모 신인 공개 오디션에 지원했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그는 무려 700:1의 경쟁률을 뚫고 현재 소속사에 몸담을 수 있게 됐다.

“운이 컸다고 생각해요. 신인은 무조건 어리고 가능성이 큰 사람을 뽑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오디션을 봤을 때 29살이었거든요. 합격할 줄은 전혀 몰랐어요. 절 뽑아준 소속사에 감사해요.”

주종혁은 새로운 도전이 끊이지 않는 미래를 꿈꾼다. 연기에 대한 갈증이 끊이지 않는 그는 아직 해보지 못한 역할이 많기에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앞으로 오디션을 열심히 준비해서 역할에 상관없이 재밌는 역할로 돌아오겠다고 말하는 그의 눈에는 신인의 패기가 가득하다.

“지금은 제가 뭘 잘하는지 확인해나가는 단계라고 생각해요. 누아르, 코미디, 로코, 감동적인 영화 등 다양한 장르와 캐릭터에 도전하고 싶어요. 또 하나의 욕심이 있다면 ‘연기 천재’라는 수식어를 얻고 싶습니다. 다른 배우들의 강점을 모두 흡수한 미래의 제가 저의 롤 모델이에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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