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임신·출산을 이유로 방송 출연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한 것은 평등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A방송사가 여성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임신·출산을 이유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진정인인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방송 복귀 방안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고 31일 밝혔다.
A방송사의 프리랜서 아나운서인 진정인은 출산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방송에서 하차했으나 출산 3개월 후부터 피진정회사 관계자들에게 꾸준히 복귀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피진정회사는 진정인과 출연계약을 맺지 않았고 진정인은 임신·출산 등을 이유로 방송 복귀를 거부한 것은 차별이라며 인권위 진정을 제기했다.
피진정인은 진정인이 프리랜서 아나운서이므로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고용계약을 전제로 한 ‘국가인권위원회법’ 상 차별행위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진정인과 체결한 업무위탁 계약은 진정인의 의사에 따른 계약 합의 해지로 종료되었으며, 진정인과 새로운 업무위탁 계약을 체결하지 않더라도 그것은 진정인의 임신, 출산 때문이 아니라 방송사의 상황과 개편 시기, 아나운서의 프로그램 적합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인권위는 ‘근로기준법’ 등 노동법령 상 근로계약을 체결한 사용자와 피용자 간 관계에 대해서만 ‘고용’ 관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형식이나 명칭에 관계없이 노무를 제공하고 공급받는 상태를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보았다.
또한 인권위는 △진정인의 출퇴근 시간이 피진정회사가 편성한 방송 스케줄에 따라 정해지며 △출근 장소가 피진정회사의 방송사 스튜디오이고 △정규직 아나운서에게 업무 지시를 받았으며 △피진정회사로부터 고정급 형식의 위탁수수료를 지급받기로 계약하고 매달 정기적인 월급 형식으로 임금을 받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진정인과 피진정회사의 관계를 고용영역으로 포섭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아울러 △진정인은 출산 기간에 잠시 방송을 쉬다가 이후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했다는 점 △업무위탁계약서를 보아도 진정인의 임신·출산은 계약 해지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진정인이 개인적인 사유로 계약을 해지하고자 할 경우 7일 전에 피진정회사에 계약해지 통보서를 제출해야 하지만 진정인이 이를 통지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진정인과 피진정회사 간에 정상적으로 계약해지가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판단했다.
한편 올해 4월 기준 피진정회사를 그만 둔 아나운서 45명의 평균 근무기간은 약 33.2개월로 3년 미만인 반면 임신·출산을 이유로 그만둔 아나운서 5명의 평균 근무기간은 약 94.2개월(7년 10개월)로 약 2.8배에 달한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뛰어난 역량으로 오랜 기간 방송을 진행한 아나운서라도 임신·출산으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보았다. 진정인 역시 피진정회사에서 6년 9개월 가량 방송 프로그램을 진행한 아나운서로, 출산이 아니었다면 중단 없이 방송 업무를 지속했으리라고 보는 점이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인권위는 이같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피진정회사가 임신, 출산한 여성 프리랜서 아나운서의 의사를 고려하지 않고 방송 출연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고 계약 갱신을 하지 않은 것은 합리적 이유 없이 임신·출산을 이유로 평등권을 침해한 차별 행위라고 보았다. 인권위는 A방송사 대표이사에게 대책 수립과 진정인의 복귀 방안 마련을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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