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서울 남대문경찰서의 출석 요구를 일부 수용한다고 31일 밝혔다. 다만 전장연은 지난 29일 진행한 모의재판의 판결 내용을 서울경찰청장이 수용하거나 서울경찰청이 장애인에게 제공해야 할 편의시설 예산 확보 여부 확인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전장연 관계자들은 31일 오후 경찰의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해 서울 남대문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두했다. 이들은 이날 오후 남대문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경찰청이 출석요구를 보낸 이형숙, 이규식 대표를 비롯한 활동가들 모두 자진 출석해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자회견을 마친 이형숙 회장 등 활동가 3명은 실제로 조사를 받으러 경찰서로 들어갔다.
박 대표를 포함한 나머지 전장연 관계자들은 이날 오후 3시께부터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이들은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장애인 권리예산 쟁취를 위한 T4 작품 전시회'를 연다.
전장연은 기자회견에서 “서울경찰청이 출석요구를 보낸 4명의 대표를 비롯한 활동가들은 모두 자진 출석하여 조사를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서울경찰청장이 모의재판을 통해 판결된 내용을 수용하거나 서울경찰청이 장애인에게 제공해야 할 정당한 편의시설에 대한 예산 확보가 되었는가를 확인할 때 자진출석하여 조사를 받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장연은 지난해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신용산역과 삼각지역 등에서 도로를 점거하고 열차 운행 등을 방해한 혐의로 고소당했다. 이후 6개 경찰서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고 경찰서에 출석했으나, 엘리베이터 등 정당한 편의시설이 갖춰지지 않았다며 조사를 거부하고 돌아갔다.
올해 7월 기준 서울시 내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찰서는 혜화서, 용산서, 종로서 등 총 10곳이다. 이는 서울시 내 31개 경찰서의 32.4%에 해당한다.
이에 서울경찰청은 엘리베이터가 있는 남대문서를 전장연 집중 수사 관서로 지정해 전장연 관련 모든 사건을 병합 수사하기로 했다. 그러나 전장연은 “장애인 편의법을 위반한 꼼수에 불과하다”며 법률 위반을 따져보기 위한 모의재판에 김광호 청장이 피고인으로 참석하면 수사를 받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난 29일 열린 국민참여 모의재판에 김 청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전장연은 “전장연의 투쟁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으로서 , 누려야 할 마땅할 권리를 지속적이고 구조적으로 차별해온 국가에 대해 우리의 의사를 표현하는 비폭력적 저항권이다”라며 “이러한 맥락을 읽지 못한 채 장애운동활동가들을 흉악범 취급한 것에 대해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공식적으로 사과하시길 바란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31일 오전 ‘장애인권리예산’ 반영 촉구를 위한 출근길 시위를 지하철 4호선에서 진행했다. 전장연은 기재부에 내년도 장애인 권리 예산 반영과 이동권 보장, 장애인 권리 4대 법률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 30일부터 이어온 삭발 투쟁 결의식은 지난 30일 100일 차를 맞이했으며 지금까지 총 133명이 삭발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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