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재난과 업무량 폭증과 같이 불가피할 때만 주 52시간제를 넘어 일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한 특별연장근로제도가 기업의 민원창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 장관까지 직접 현장을 찾는 등 기업이 특별연장근로를 더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대책을 예고하는 행보를 보여서다.
31일 고용부에 따르면 이 장관은 이날 인천 남동공단을 찾아 특별연장근로를 활용 중인 업체들을 만났다. 이 장관은 특별연장근로의 이행 실태를 점검하면서 "특별연장근로 활용 사업장은 근로시간 제도로 인한 어려움이 가시화된 곳"이라며 "사업장의 어려움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근로자의 건강권과 시간선택권을 보호하는 재도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시장 개혁 필요성을 설명하는 동시에 사실상 특별연장근로 범위 확대를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별연장근로는 주 52시간제를 합법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제도다. 재해와 재난 수습, 생명, 안전, 돌발상황, 업무량 폭증,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 등이 발생한 경우 근로자 동의와 고용부 장관 인가를 받아 시행할 수 있다. 인가 건수는 주 52시간제 확대 시행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증가세다. 2020년 4204건에서 작년 6477건으로 늘었다. 올해 7월 말 기준으로 5793건으로 이 추세대로라면 작년 인가건수를 크게 웃돈다.
문제는 인가기준을 조금만 낮추면 신청 민원이 쏟아질 만큼 현장에서 이미 수많은 요구가 있다는 점이다. 인가와 불인가를 나누는 경계선도 흐릿하다. 예를 들어 특별연장근로는 주문량과 매출액이 대폭적으로 증가할 경우 인정되지만, 에어컨, 빙과류 등 계절사업의 통상적인 업무량 증가를 인정하지 않는다. 지역축제나 세일을 연례적으로 하는 경우도 불인정된다. 노동계는 지속적으로 특별연장근로가 주 52간제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한국노총은 이날 논평을 통해 특별연장근로는 현장 근로감독과의 자의적 판단으로 쉽게 이뤄진다"며 "승인율은 90%를 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노총은 "정부는 2021년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가 이뤄지면 인가를 엄격하게 제한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인가사유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시행규칙 재개정을 요구했다.
고용부는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주52시간제 다양화가 이뤄지더라도 주52시간제를 유지하고 실근로시간 단축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주52시간제와 특별연장근로의 충돌한다는 노동계의 우려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특별연장근로의 폐지 가능성에 대해 "특별연장근로를 근로기준법에 담은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당장 특별연장근로 폐지 논의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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