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마무리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이 모호한 표현을 고치거나 관계법령을 정하는 식으로 소폭에 끝날 가능성이 점쳐진다. 경영계 요구를 받아들이는 모양새지만, 사실상 원안을 유지하는 형태다. 그동안 경영계는 대폭 완화하는 방향으로, 노동계는 대폭 강화하는 방향으로 시행령 개정을 원했다. 하지만 고용부는 본법의 취지를 유지하고 법에서 위임된 범위에서 벗어나는 개정은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해왔다.
류경희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1일 서울 로얄호텔에서 중대재해법 시행령 개정방향 토론회를 열고 "시행령 개정은 모법의 입법 취지와 위임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하는 게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이 전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대재해법 시행령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되도록 본법 취지에 맞게 고치겠다"는 발언과 같은 맥락이다.
이날 토론회는 경영계의 시행령 개정 요구안이 관심이었다. 시행령 개정 작업은 법을 준수하기 어렵다는 경영계의 요청으로 시작됐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가 대표한 경영계는 직업성 질병 범위 축소, 안전보건관계법령 특정, 조문에 있는 필요한, 충실한 등 모호한 표현 삭제를 요청했다. 고용부 안팎에서는 안전보건관계법령 특정과 모호한 표현 삭제는 개정 범위에 포함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노총, 한국노총이 대표한 노동계는 이날 시행령 개정을 반대한다는 기본 입장을 다시 강조했다. 올해 1월27일 시행된 법에 대한 개정 논의가 너무 이르다는 것이다. 시행령을 개정할 경우 직업성 질병 확대, 안전보건관계법령 확대, 위험성평가 시 종사자의 참여 보장을 요구했다. 시행령에서 중대재해법을 완화하려는 경영계 요구와 정반대로 강화안을 내놓은 것이다.
중대재해법에 대한 견해 충돌은 토론회에서도 재연됐다. 중대재해법의 쟁점 사항은 처벌 대상자인 경영책임자의 정의, 경영책임자의 의무인 안전보건관리체계 책임 범위, 형사처벌 적정 여부 등이다. 경영계는 경영책임자와 책임 범위를 구체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반면 노동계는 인증을 받은 기업에 한해 중대재해법을 면책할 수 있다는 논의는 부적절하다고 선을 그었다. 여당은 인증제를 도입하는 중대재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권오성 성신여대 교수는 경영책임자 정의를 시행령에서 논의하는 것은 법리에 맞지 않는다고 원칙론을 폈다. 손익찬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소속 변호사도 법률 위임없는 범위를 시행령에서 고치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며 같은 목소리를 냈다. 반면 이근우 가천대 교수는 중대재해법이 형사처벌인만큼 구체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권순하 김앤장 법률사무소 소속 변호사도 모호한 안전보건확보 의무 범위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경영계의 손을 들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