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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 딴 세상…연장근로라도 해서 벌어야"…공단의 한숨

고용부 장관, 남동공단 기업 만나보니

생계 탓에 일 더해서 수당 늘리는 현장

인력난→생산성 하락→임금↓ →인력난

고물가 탓에 3개월째 실질임금 마이너스

수도권 최대 공업단지인 인천 남동공단의 가동이 중단된 한 중소기업 공장에 자재와 폐기물이 쌓여 있다. 인천=이호재 기자




"TV에 나오는 대기업 이야기는 다른 나라인 것 같습니다. 공단 근로자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면 연장근로를 해 수당으로 월금을 더 받고 싶어할 겁니다."

지난달 31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인천 남동공단 내 한 기업에서 연 노사 간담회에 참석한 한 근로자의 말이다. 생계 어려움을 겪는 근로자들이 일을 더 해 수당을 받고 싶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이어졌다고 한다. 실시간 근로시간을 줄이는 동시에 주 52시간제 다양화를 추구하는 고용부의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1일 고용부가 공개한 전일 간담회 참석자들의 주요 발언을 보면 많은 근로자가 연장근로를 통해 임금을 더 받기 희망하고 있었다. 고용부 관계자는 "연령이 높아 한 가정의 가장인 근로자들일수록 연장근로를 더 희망했다"고 말했다. 근로자 A씨는 "제조업 임금이 서비스업과 비슷하다"며 "젊은 층이 제조업 현장에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러 공단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는 전언이다. 코로나19 사태에 원자재 가격 급등, 경기 침체 장기화가 덮치면서 이미 폐업을 결정한 입주사들이 적지 않다. 대부분 중소기업인 단지 입주기업의 고질적인 문제는 인력난이다. 기업들의 인력난이 가중되면 생산성 하락을 낳고 기업의 임금 인상 여력도 낮아진다. 결국 낮은 임금 수준 탓에 청년이 일하러 오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근로자 B씨도 "연장근로 없이 근로자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대기업은 일을 적게 해도 임금이 높지만, 중소기업은 일을 적게 하면 임금이 낮아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 52시간제를 합법적으로 벗어나 일할 수 있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추이를 보면 . 2020년 4204건에서 작년 6477건으로 2000건 넘게 늘었다. 올해 7월 말 기준으로 5793건으로 이 추세대로라면 작년 인가건수를 크게 웃돈다.

우려는 고물가 탓에 임금이 올라도 생계가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30일 고용부가 발표한 7월 사업체노동력조사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올해 1~6월 월 평균 임금총액은 384만6000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5.8% 올랐다. 하지만 물가를 고려한 실질임금은 같은 기간 1.1% 오른 361만3000원에 그쳤다. 2017년 매년 상반기 기준으로 보면 6년 래 두번째로 낮다. 명목임금이 5.8%나 올랐지만, 실질임금이 1% 인상에 그치 이유는 고물가탓이다. 소비자물가지수는 106.45로 6년래 최고다. 특히 4월부터 실질임금 인상률이 마이너스를 이어오고 있다. 4월은 -2%, 5월은 -0.3%, 6월은 -1%다. 3개월 연속은 2011년 사업체노동력 조사 이래 처음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저임금 근로자의 임금 상승폭이 대기업 근로자 보다 너무 낮아 상대적으로 고물가로 인한 어려움이 더 크다. 상반기 명목임금 인상폭을 보면 상용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체 근로자의 임금은 9.2% 올랐다. 300인 미만 사업체 근로자의 인상폭인 4.6%에 두 배다. 고용부 관계자는 "300인 이상 사업체는 성과급 등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고용부는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주 52시간제의 다양화를 대책으로 내놓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주 52시간제의 경직성을 줄이는 방향이다. 노동계에서는 장시간 근로를 조장하는 대책이 나오는 것 아니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경영계는 수당 의존도가 높은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해 필요한 대책이라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 장관은 “중소 제조업의 임금은 우리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로 고쳐야 한다”며 "주52시간제 틀 속에서 다양한 선택지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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