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9월 큰 폭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도 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인플레이션을 끌어내리기 위해 ECB 역시 고강도 긴축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
8월 3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금리 선물 시장은 ECB가 9월 8일과 10월 27일 두 차례 통화정책회의에서 금리를 총 1.25%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7월 11년 만에 금리 인상에 나선 ECB가 첫 ‘보폭’으로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을 밟아 현재 ECB 금리는 0.5%(예금금리는 0%)다. 이를 감안하면 1.25%포인트는 ECB가 9·10월 회의에서 자이언트스텝과 빅스텝을 단행해야 가능한 금리 인상 폭이다.
시장에서는 ECB가 당장 9월부터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유럽에서 계속되고 있는 살인적인 고물가를 잡아야 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 이날 발표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년 전보다 9.1% 급등하며 7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8.9%)를 넘어섰다. 8월 한 달 동안 에너지 가격은 38.3% 껑충 뛰며 물가 앙등을 주도했다.
ECB 고위 당국자들은 물가 지표가 나오기 전부터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이자벨 슈나벨 ECB 이사는 8월 27일 막을 내린 잭슨홀미팅에서 “현재의 고물가가 중앙은행의 목표치를 웃도는 수준으로 장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무서울 정도로 높다”며 “각국 중앙은행은 이런 때일수록 인플레이션을 빨리 목표치로 되돌리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ECB 내 중도파로 통하는 프랑수아 빌르루아 드갈로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도 ECB가 1~2%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에 대해 “의심의 여지 없이 그렇게 할 것”이라며 고강도 긴축에 힘을 실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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