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력 태풍으로 발달한 ‘힌남노(HINNAMNOR)’가 강한 바람과 비로 일본을 할퀴기 시작했다.
1일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이날 오후 3시께 타이완 타이베이 남동쪽 약 550㎞ 부근 해상에서 남남서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재 중심기압 920hPa(헥토파스칼), 최대풍속 54㎧(시속 194㎞)로 '초강력'으로 분류됐다. 시간당 11㎞ 속도로 이동 중이며 강풍반경은 300㎞이다. 기상청 분류에 따르면 초강력 태풍은 태풍 강도(强度)의 최고 단계로 ‘건물을 붕괴시킬 수 있음’ 수준이다.
NHK에 따르면 전날 오키나와 난조에서는 시속 92㎞의 강풍이 불었다. 이날도 힌난노의 영향으로 오키나와 본섬과 인근에서 강풍이 예보됐다. 힌남노는 오는 2일 오키나와 남쪽 해상에서 방향을 틀어 다시 오키나와현에 접근할 가능성이 있으며 강풍과 파도 등의 영향도 장기간 계속될 전망이라고 NHK는 전했다.
힌남노가 다음 주 화요일인 6일 부산 앞바다에 다다랐을땐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이 950hPa과 43㎧로 강한 태풍으로 바뀔 것으로 예보됐다. 태풍 강도 '강'은 최대풍속이 '33㎧ 이상 44㎧ 미만'인 경우로 강한 바람에 기차가 탈선할 수도 있다.
이는 2003년 한반도를 덮친 태풍 ‘매미’에 육박하는 위력이다. 태풍은 ‘중심기압’이 낮을수록 강도가 세지는데 매미는 2003년 9월12일 경남 사천 부근 해안에 상륙할 당시의 최저기압이 950h㎩를 기록했다. 당시 117명이 사망하고 13명이 실종됐으며 4조원 이상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힌남노가 한반도에 직접 상륙할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를 전하고 있다. 문일주 제주대 태풍연구소장은 이날 오전 YTN 뉴스라이더에서 "(힌남노가) 기상청 예측대로 한반도를 향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2002년 태풍 '루사'와 2003년 '매미'를 합친 정도"라며 "문제는 힌남노 서남쪽에 위치한 거대한 열대기압부를 (힌남노가) 집어삼키고 있어서 세력이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문 소장은 "그렇게 되면 지금보다 강풍 반경이 한 1.5배 정도 더 커지고 비를 뿌릴 수 있는 수증기 양도 지금과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크게 증가할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힌남노는 거의 핵탄두급 수증기를 탑재한 엄청난 태풍으로 바뀌게 된다"라고 예상했다.
그는 "정부라든지 지자체, 그리고 국민 여러분은 그동안 경험했던 태풍 정도까지 준비할 것이 아니고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잡아서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라며 "피해는 상상을 초월하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분석관도 “현재 기준으로 힌남노는 태풍 중에서 가장 강한 세력이라고 볼 수 있다”며 “중심기압이 5hPa가량만 차이가 나도 태풍의 세력에 차이가 크다”고 했다. 이어 “2~3일 뒤엔 힌남노의 중심기압이 910hPa까지 떨어진다"며 “태풍이 이동하고 있는 부분의 해수면 온도가 30도를 웃돌면서 뜨거운 수증기를 더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힌남노의 위력 증가를 경계했다.
올해 열한번째 발생한 태풍 힌남노는 라오스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국립보호구역의 명칭을 따왔다.
한편 1일 오후부터 사흘간 제주에 최대 300㎜ 비가 내릴 것으로 예보됐다. 남해안에도 최대 100㎜ 비가 내리겠다. 기상청에 따르면 중국 북부지방에서 동진하는 고기압 영향으로 동풍이 불어오면서 제주에 이날 오후 비가 오겠다. 비는 오전 중 남해안으로 확대된 뒤 밤이 되면 경남 동해안에서도 내리기 시작하겠다. 3일까지 예상 강수량은 제주 100~200㎜(많은 곳 300㎜ 이상), 전남남해안과 경남해안 50~100㎜, 경북남부·전남(남해안 제외)·경남내륙 10~60㎜, 강원영동·경북북부·전북 5~30㎜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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