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계곡 살인사건’ 피고인 이은해(31)씨가 자신의 남편이자 피해자인 고(故) 윤모(사망 당시 39세)씨의 신용카드로 한 달 택시비만 200만원을 사용해 윤씨가 경제적으로 힘들어했다는 증언이 1일 나왔다. 검찰은 직접살인 혐의에 이어 간접살인 혐의도 추가했다.
인천지법 형사15부(이규훈 부장판사)는 이날 이씨와 조씨의 13차 공판을 진행했다.
검찰은 피해자 윤씨가 자신의 힘든 상황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진 윤씨의 친구 A씨를 증인으로 불렀다. A씨는 윤씨에게 “내가 2000만원을 줄 테니 이은해와 헤어지라”며 제안한 인물로도 알려졌다.
A씨는 “윤씨가 카드값 문제로 힘들어했다”며 “이은해가 윤씨의 신용카드로 한 달 택시비만 200만원을 결제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윤씨는 결국 자신의 승용차를 이은해가 이용하도록 했고, 그나마 택시비가 절감됐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이은해 측 변호인은 A씨에게 “200만원의 카드 대금을 다 교통비로만 쓴 것이 맞느냐”고 되물었고, A씨는 “맞다”고 답했다.
A씨는 이어 “윤씨는 결혼 이후 뒤늦게 이은해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런데도 윤씨가 혼인관계를 유지한 이유는 이은해를 많이 좋아했고 결혼하면 이씨가 변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진술했다.
법원은 이날 검찰이 신청한 공소장 변경을 허가했다. 전날 검찰은 이씨와 조씨의 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와 함께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를 추가하는 내용의 공소장 변경을 신청했다.
검찰은 이날 법정에서 "(피고인들이)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통해 피해자를 물속에 뛰어들게 한 뒤 구호 조치를 하지 않았다"며 "살인의 고의와 살해 방법을 명확히 하고자 공소사실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작위와 부작위에 의한 살인이 결합해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열린 12차 공판에서 "작위에 의한 살인으로 기소한 검찰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공소장 변경도 검토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한 바 있다.
법이 금지한 행위를 직접 실행한 상황에는 '작위', 마땅히 해야 할 행위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부작위'라고 한다. 통상 작위에 의한 살인이 유죄로 인정됐을 때 부작위에 의한 살인보다 형량이 훨씬 높다.
한편 이씨와 조씨는 2019년 6월 경기 가평의 한 계곡에서 윤모(당시 39세)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수영을 못 하는 윤씨에게 4m 높이의 바위에서 3m 깊이의 계곡물로 구조장비 없이 뛰어들게 해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은 이씨·조씨가 윤씨 명의로 든 생명보험금 8억원을 노리고 계획적 범행을 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불구속 상태로 조사를 받던 두 사람은 지난해 12월 14일 검찰의 2차 조사를 앞두고 잠적한 지 4개월 만인 지난 4월 경기 고양시 삼송역 인근의 오피스텔에서 검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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