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탐정: 더 비기닝'에서 환상의 호흡을 보여준 김정훈 감독, 배우 권상우, 성동일이 '위기의 X'로 뭉쳤다. 누구나 살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아픔을 현실적으로 그리면서 위로와 웃음을 전하겠다는 포부다. 공감으로 꽉 채운 작품이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지 기대를 모은다.
2일 오후 웨이브 오리지널 드라마 '위기의 X'(극본 곽경윤/연출 김정훈) 제작발표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김정훈 감독을 비롯해 배우 권상우, 임세미, 신현수, 박진주가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위기의 X'는 희망퇴직, 주식떡락, 집값 폭등까지 인생 최대 하락장을 맞은 위기의 a저씨(권상우)가 인생 반등을 위해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하는 코미디다. 권상우, 임세미, 성동일, 신현수, 박진주, 류연석, 이이경 등 코믹 연기 고수들이 보여줄 시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감독은 "굉장히 현실적이다. 대한민국에서 살면서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누구는 진행, 미래, 과거형이 될 수 있는 일을 그린다"며 "주인공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겪는 현실의 여러 가지 매력에 함께 슬퍼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고등학교 때 함수를 배우지 않냐. 모두가 위기의 주인공이 될 수 있고,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뜻"이라고 제목의 의미를 밝혔다.
곽 작가와의 호흡 유쾌했다. 김 감독은 "유머러스하고 캐릭터를 만드는 센스가 대단하다. 원작을 드라마화로 하는 과정에서 많은 대화를 나눴다"며 "'SNL'에서 다져진 실력이 이번 작품에 녹아들었다"고 자랑했다.
연출 중점은 위로와 웃음에 뒀다. 김 감독은 "요즘 많이 힘들지 않냐. 하루아침에 물가가 치솟고 눈 뜨고 일어나면 벼락 거지가 되기도 한다"며 "이 작품을 통해서 어떤 메시지를 드린다는 생각보다 공감을 나누고 싶었다"고 했다.
OTT 플랫폼인 웨이브와의 작업에 대해서는 "OTT는 영화보다 시간에 관대하다. 조금 더 캐릭터를 넓고 깊게 표현할 수 있었다"며 "사전 제작이라 아쉬움도 적었고, 세트장도 갖춰져 있어서 효율이 높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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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은 현실적인 대본에 공감해 작품을 선택했다고 입을 모았다. 권상우는 "지루할 틈 없는 대본의 구성이 좋았다. 내 세대는 '캐빈은 열두 살'이라는 미국 드라마를 많이 봤는데, 풍부한 내레이션으로 시청자들에게 감정을 확실히 전달하는 작품"이라며 "우리 작품 역시 주인공 시점에서 위기를 접했을 때, 적절한 내레이션으로 시청자들에게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세미는 "A저씨 역시 권상우 선배라는 거에 좋았다. 내용이 누구나 봐도 공감이 되는 이야기"라며 "같이 있어도 당연히 이런 감정이 쏟아져 나오는 게 공감됐다"고 말했다.
권상우는 떡상 인생인 줄 알았는데 하락장에 들어선 자칭 엘리트 도시남자 a저씨로 분한다. 그는 "안 웃기면 은퇴하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내 나이에 맡은 역할 중에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가장 욕심났다. 지금 이 시기에 제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역할"이라며 "어떤 분들은 나에게 '왜 요즘 코미디 장르만 많이 하냐?'고 묻는다. 그런데 우리 드라마는 코믹한 부분만 있지 않고, 현실을 헤쳐 나가는 걸 보면서 같이 공감하고, 생각할 지점이 많다"고 했다.
임세미 다정하지만 욱하면 못 말리는 a저씨 영혼의 동반자 미진을 연기한다. 그는 "누구나 현대인들이 자기만 생각하면서 사느라 바쁘지 않냐. 미진은 a저씨를 따뜻하게 품는다"며 "역할을 위해 내 친구들 부부를 자주 만났다. 어떻게 대화하는지 보고, 어떻게 말로 때리는지를 봤다"고 말했다. 부부 호흡에 대해 권상우는 "공중파에서 볼 수 없는, 조금은 더 가는 부부들의 민낯이 표현된다. 살짝 에로틱하다"며 "둘의 행동과 몸짓이나 표정을 보면 웃긴다. 임세미와 내가 호흡이 좋았구나 싶다"고 말했다. 임세미는 "어릴 때부터 책받침으로 보던 권상우 선배와 함께 있다는 것 자체로 영광스러웠다. 감독님도 신뢰해 주고, 둘이 예뻐 보이는 부부 같다고 말씀해 주실 때 '됐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내 앞에 있는 선배를 봤을 때 짠하고 사랑스러웠다. a저씨의 매력이 확연히 보이더라"고 했다.
꿈은 제2의 잡스, 현실은 잡음 메이커 루시도 CEO 앤디정을 연기한 신현수는 "의상도 잡스처럼 입었다. 단벌 신사로 나오는데, 스타일리스트가 상당히 좋아했다"며 "스티브 잡스를 좋아하는 걸 보여주기 위해 스티브 잡스의 애티튜드와 행동을 따라 했다"고 소개했다.
박진주는 파이어족 루시도 김대리 역을 맡았다. 그는 "이 작품을 하면서 파이어족을 처음 접했다. 회사 생활을 빨리 접고 싶어서 목표 금액을 세워놓고, 그 돈을 모으면 떠난다고. 자기의 삶을 찾아 떠나려고 한다"며 "루시도 사람들은 감정 표현이 풍부한데, 난 그걸 응축해서 눈썹 하나로 표현한다"고 귀띔했다.
한편 '위기의 X'는 이날 오전 11시 첫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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