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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형 대법관 퇴임 "보수·진보로 대법관 나눠선 안돼"

"판단에 부정적 영향 줄 수 있어"

김재형 대법관이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법원




김재형(사법연수원 18기) 대법관이 2일 퇴임사에서 “대법관을 보수 혹은 진보로 분류해 어느 한쪽에 가둬 두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 대법관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우리 사회는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법관이 보수와 진보를 의식하게 되면 법이 무엇이고 정의는 무엇인지를 선언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법조계에서는 정권이 바뀐 만큼 김 대법관의 퇴임을 시작으로 사법부의 보수 색채가 강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 대법관은 대법원에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됐다. 그는 “굳이 말하자면 저는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다. 그렇다고 그 중간도 아니다. 사법 적극주의와 소극주의 가운데 어느 한쪽을 선택하고자 하지 않았다”며 “여전히 법적 이성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고 제가 한 판결이 여러 의견을 검토해 최선을 다해 내린 타당한 결론이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입법이나 정치의 영역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안인데도 법원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모든 문제를 사법부가 나서서 해결하려고 해서도 안 되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했다. 그는 이어 “입법과 사법은 경계가 분명한 것도,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에 절대적인 우위에 있는 것도 아닌 정의라는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는 두 수레바퀴와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1992년 일선 판사로 부임한 김 대법관은 20년간 서울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다 2016년 대법관에 임명됐다. 학계에서는 파산법과 도산법 등에 정통하고 여러 교과서를 쓴 민사법학계의 대표적인 권위자로 꼽혀왔다. 김 대법관의 후임으로 오석준 후보자가 지명됐지만 국회 임명 동의가 절차가 지연되면서 공백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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