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대리해 러시아 연방 체첸공화국의 실질적 독재자이자 역할을 한, 람잔 카디로프(46) 수장이 사임 의사를 밝혔다.
러시아 타스통신 보도에 따르면, 카디로프 체첸공화국 수장은 3일(현지 시각) 텔레그램에 공개한 영상으로 사임을 발표했다.
카디로프는 “오늘 체첸공화국을 15년 동안 이끌어 온 내가 러시아 연방 자치공화국 현직 수장 중 가장 오래 재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라며 “내가 쫓겨나기 전 (직접 물러날) 시간이 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존경받는 사람일수록 제시간에 떠나야 아름답다’는 현지 속담을 인용하며 “나는 이제 무기한 장기 휴가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카디로프는 2007년 체첸공화국 수장에 올랐다. 자신을 후원하는 푸틴 대통령을 위해 체첸군을 사병처럼 부리며 ‘러시아 용병’ 역할을 자처했다. 2008년 조지아 침공, 2015년 시리아 내전 등 러시아가 개입한 주요 전쟁엔 항상 체첸군이 투입됐었다.
지난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에도 참전하여 남동부 요충지 마리우폴 등 치열한 격전지마다 모습을 드러내며 러시아군을 도왔다.
미국 CNN은 이들을 “잔혹한 시가전과 민간인 학살로 악명 높은 체첸 민병대의 후신(後身)”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카디로프의 노력을 인정, 지난 4월 그를 육군 소령에서 중장으로 특진시킨 바 있다.
다만 이번 사임 의사가 무위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자유유럽방송(RFE) 등은 그가 과거에도 비슷한 사임 의사를 밝혔다가 결국 유임됐던 것을 언급했다.
자유유럽방송(RFE)는 “푸틴에게 어떠한 ‘호의’(favor)를 구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이번 사임 발표를 분석했다.
에스토니아 요한 쉬테 정치학 연구소 소속 이반 클리스츠는 “이러한 공개적 표현은 그가 푸틴으로부터 무언가 얻고 싶어한다는 것”이라고 예측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참인 와중 이 같은 발언이 나온 건 이례적이다.
애널리스트 단체 리들러시아 안톤 바르바신 편집장은 “최근 러시아 지도층 내 전반적인 분위기에 반(反)하는 발언”이라며 “그가 실제로 자진 사임한다면 아무도 예상치 못한 전례 없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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