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정부가 물가 급등에 따른 서민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650억 유로(88조 2000억원) 규모의 지원패키지를 추진한다. 동시에 에너지기업들에는 ‘횡재세’가 부과될 전망이다. 연료값 급등에 따른 막대한 초과이익을 회수해 지원 자금에 사용하겠다는 방침이다.
4일(현지 시간) 독일 연립정부는 밤샘협상 끝에 채택한 3차 인플레이션 부담 경감 패키지를 발표했다. 앞서 1·2차 패키지까지 포함하면 독일 정부의 지원 규모는 950억 유로(약 129조원)에 달한다. 전기 요금이 향후 더 오를 경우 지원 패키지 예산도 증액될 수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많은 돈이 들지만, 꼭 필요한 지출"이라며 "우리나라가 이번 위기를 안전하게 극복하도록 이끌어나가기 위한 조처"라고 말했다.
이번 지원패키지에는 △연금수령자에 300유로 지급 △학생·직업훈련생에 200유로 지급 △저소득층에 대한 난방지원금 추가 및 주거지원금 지급대상 확대 △ 사회복지수당(기초생활수급비·자녀수당 등)에 실질 물가상승률 연동 △대중교통 보조금에 15억 유로 추가 등이 담겼다. 아울러 에너지 집약적 기업 9000곳에 대해서 17억 유로 규모의 세금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특히 1년만에 천연가스 가격이 10배 가까이 급등한 만큼 연료비에 대한 가계 부담을 덜기 위해 ‘전기료 제동장치(price break)’를 도입했다. 기본 전기 사용 범위까지는 특별 인하 요금을 적용하고 이를 넘어가면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방식이다.
독일 정부는 에너지 회사에 대한 횡재세 부과와 글로벌 최소 법인세 15% 조기 시행을 통해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으로 통상적인 이익 수준을 훌쩍 넘긴 전력생산업체에 대해 이익 또는 가격 상한제가 적용될 수 있다.
한편 이날 조치는 러시아가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에 문제가 발견됐다는 이유로 독일에 가스 공급 무기한 중단을 통보한지 이틀 만에 나왔다. 앞서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스프롬은 정비를 이유로 일시적인 가스관 가동 중단을 통보하고 3일 공급 재개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2일 주요 7개국(G7)의 러시아 원유 가격상한제 긴급 시행 합의가 이뤄지자 돌연 결정을 뒤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숄츠 총리는 “러시아는 더 이상 믿을 수 있는 에너지 파트너가 아니다”라면서 “독일의 발 빠른 대비 조치가 겨울 난방 시즌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천연가스) 공급량은 충분하지만 정부는 소비자와 기업들을 높은 비용으로부터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현재 독일 내 가스 저장고의 충전 정도는 이미 10월 초 목표치인 85%에 도달한 상태다.
그는 이어 "요즘 많은 이들이 (물가 급등을) 걱정하는데, 우리도 모든 우려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당신은 절대로 혼자 걷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아무도 혼자 두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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