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 배상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민관협의회가 4차 회의를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참석자들은 5일 회의에서 대위변제 방안과 채무 인수 안을 중점적으로 다루며, 한국 정부 예산 출연은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는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피해자 의견을 수렴하고 대일외교를 병행하며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오후 4차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오늘 같은 형태의 민관협의회는 이제 그만할 것으로 본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 당국자는 "오늘로 민관협의회가 7월 4일 출범한 지 정확히 두 달이 지났다"면서 "피해자 분들과 소송대리인, 지원단체와는 앞으로도 의사소통을 계속 할 것이며 (민관협의회에 참여해온) 전문가, 전직 관료, 언론계와도 지속해 소통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사실상 마지막으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 △피해자 측 입장 △대법원 확정판결 이행 △이행 주체 및 재원 △정부안을 적용받을 대상자 범주 △일본 측 사과 문제 △추가 조치에 대해 중점적으로 논의했다고 한다. 특히 참석자들은 피해자 측이 △일본 기업의 배상 및 사죄가 있어야 하고 △원고와 피고 간 직접협상을 희망하며 △정부 예산을 사용한 대위변제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만큼 정부 예산을 사용한 대위변제는 바람직하지 않고 부적절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판결을 이행할 새로운 기금 또는 조직을 신설하거나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등과 같은 기존에 마련돼 이미 활동 중인 조직을 활용하는 방법도 거론됐다고 이 당국자는 언급했다. 다만 그는 "오늘 그런 아이디어 내지 방법이 논의됐다는 것이지, 정부가 그 안을 갖고 추진한다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당국자는 또 정부가 최종 마련할 안을 적용받을 대상자 범주로 "법원에서 확정판결을 받으신 분들과 소송이 계류 중인 분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여러 가지 형평성 차원에서는 타당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들이 굉장히 많았다"고 전했다.
가장 중요한 일본 측 사과 문제에 대해서 참석자들은 일본이 호응해야 할 문제로 판단했다. 이 당국자는 “일본이 어느 정도로, 또 누가 사과할 지에 등에 대해 민관협에서 '어느 수준이 바람직하다'고 얘기하는 것은 생산적이지 못할 것이라는 취지의 논의가 있었다”며 "정부가 잘 협의해서 이끌어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측 사과 주체와 내용 등은 정부가 대일교섭을 통해 최대한 끌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끝으로 추가 조치와 관련해서는 정부가 징용 피해 배상 판결 문제의 해결뿐 아니라 향후 과거사 연구사업 등을 추진할 필요도 있다는 얘기가 거론됐다고 이 당국자는 전했다.
그는 '정부안은 언제쯤 발표하는 것이냐'는 물음에 "속 시원히 말씀드리면 좋겠지만 (그러지 못한다)"면서 “피해자 분들께서 노령화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는 점에서 방치할 수 없는 문제”라고 답변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좀 더 긴장감을 갖고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부는 향후 피해자 측 의견 수렴과 대일교섭을 계속해 병행하며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이 당국자는 또한 '최근 대일교섭 과정에서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를 감지했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즉답할 수 없다"면서도 "이 사안에 대해 굉장히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측은 과거 한국과의 교섭 과정에서 현금화를 회피할 방법에 많은 관심을 드러냈지만, 최근에는 징용 문제 자체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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