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거주자들이 지방 아파트를 구매한 건수가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추가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집값 하락이 본격화하면서 이른바 ‘아파트 원정 투자’도 발길이 끊기는 모양새다.
5일 한국부동산원 ‘전국 아파트 월별 매입자 거주지별’ 통계에 따르면 7월 서울 거주자가 다른 지역 아파트를 매입한 건수는 총 141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3년 7월(1338건) 이후 9년 만에 가장 적은 수치다.
전국 아파트 거래에서 서울 거주자의 지방 아파트 매입 건수가 차지하는 비중도 1년 8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7월 전국 아파트 매입 건수(2만 1836건) 대비 서울 거주자가 지방 아파트를 사들인 비율은 6.50%였다. 이는 2020년 11월(6.11%)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7월의 9.31%(5만 9386건 중 5529건)와 비교하면 2.81%포인트 떨어졌다. 이 비중은 4월 8.20%를 기록한 후 5월 7.70%, 6월 6.93% 등 3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원이 통계를 집계한 이래 서울 거주자의 타 지역 아파트 매입 건수가 1500건을 밑돈 것은 여덟 차례에 불과하다. 통계가 시작된 2006년 1월(739건)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8년 11월(1464건)과 2009년 1월(1213건), 전국적으로 부동산 침체가 이어진 2012년 1월(1069건)과 9월(1499건), 2013년 1월(853건)과 7월(1338건) 그리고 올해 7월이다.
전문가들은 연이은 금리 인상과 전국적인 집값 하락으로 원정 매입에 나설 유인이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남수 신한은행 행당동지점장은 “지난해까지 아파트 값이 폭등하면서 지방 아파트 투자가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이자 부담이 커지며 투자 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아파트 값 하락기가 시작됐다는 점도 원정 매입 발길이 끊긴 원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전국 아파트 값은 전주 대비 0.15% 내리며 10년여 만에 최대 낙폭을 나타냈다. 모든 시도가 하락세로 돌아선 가운데 대구는 규제지역 해제 호재에도 아파트 값 하락 폭이 0.26%로 커졌고 대전도 0.24%로 확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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