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완벽했다. 흥행작의 기운을 이어받아서일까. 형보다 나은 아우 없다고 하지만, 모든 면에서 업그레이드된 속편을 자신 있게 선보일 수 있게 됐다. 그 자리에서 머물지 않고 치열하게 고민하고 살을 덧붙인 결과다. 영화 ‘공조2: 인터내셔날’로 5년 만에 돌아온 배우 현빈이다.
‘공조2: 인터내셔날’(감독 이석훈, 이하 ‘공조2’)는 북한 형사 철령(현빈)이 남한으로 숨어든 글로벌 범죄 조직을 잡기 위해 새로운 공조 수사에 투입되고, 남한 형사 진태(유해진)가 광수대 복귀를 위해 철령의 파트너를 자청하며 시작된다. 여기에 미국 FBI 소속 잭(다니엘 헤니)까지 합류해 범죄 조직 리더인 명준(진선규)를 잡기 위한 삼각 공조를 펼친다. 지난 2017년 781만명 관객을 동원한 ‘공조’에 이어 현빈을 비롯해 유해진, 임윤아 등 주연진들이 다시 뭉친 후속편이다.
“2편이 제작이 된다고 할 때 1편 보다 모든 점에서 나아야 만들어지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지점에서 노력하고 준비한 부분에서 1편보다 나아진 부분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고요. 우려되는 것은 우리는 그런 마음을 갖고 만들었지만 보는 분들은 어떻게 느낄지 모른다는 거예요. 모든 부분에서 빌드업된 것을 좋게 느끼셨으면 합니다.”
처음부터 캐릭터 빌드업을 생각했던 건 아니다. 초반에는 1편의 철령 캐릭터를 2편의 상황에 넣기만 하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오판이었다는 걸 깨닫고 나서부터 다시 캐릭터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동안 철령은 직급이 올라가고 북한이 됐든 해외 파견을 가며 여러 수사를 했을 거예요. 연륜과 경험이 생기고 남한에서 형사와 수사를 해봤던 것 등이 철령 캐릭터에 들어가면 남한에 두 번째 내려왔을 때 충분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빌드업하고 레이어가 생기면서 관객들이 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거예요.”
액션도 업그레이드됐다. 1편에서 철령의 날렵하면서도 타격감 있는 모습이 주가 됐다면, 2편에서는 새로운 빌런 명준(진선규)의 날카로움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게 하기 위해 색다른 액션을 붙이려고 했다. 작품의 포문을 여는 뉴욕 시가지 총격전과 하이라이트인 옥상 액션신이 그렇다.
“철령의 날렵함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지만 묵직하고 타격감 있는 쪽에 레이어를 쌓았어요. 묵직함이 부딪히는 시너지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무술팀과 이야기하며 만들었죠.”
“해외 촬영에 대해서도 고민이 많았어요. 코로나로 인해 외국 촬영을 할 수 없었거든요. 뉴욕신이 ‘공조2’가 스케일적으로 업그레이드됐다는 걸 보여줄 수 있는 중요한 신이라고 생각했는데, 세트에서 어느 정도 표현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죠. 미술팀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어요. 세트를 짓는 데 6개월 이상 걸렸어요. 아스팔트를 깔아서 실제 도로를 만들었더라고요. 첫 현장에 갔을 때 디테일을 보고 놀랐어요. 완성본을 봤을 때 CG가 어색함 없이 녹아든 걸 보고 또 놀랐습니다. 다행히 무사히 촬영을 끝내고 각자의 위치에서 잘 해낸 것 같아 만족합니다.”
철령이 2편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코믹적인 요소가 추가됐다는 것이다. 1편에서는 아내의 죽음에 대한 복수심으로 인한 감정이 주를 이뤄 다른 것들이 안 보이고 분노에 사로잡힌 모습만 보여줬다면, 2편에서는 좀 더 여유를 갖췄다. 그러면서 진태의 처제 민영(임윤아)과의 미묘한 러브라인도 형성했다. 항상 자신에게만 관심을 갖던 민영이 새로운 인물 잭에게도 흥미를 보이자 질투하는 모습은 웃음을 자아냈다.
“재밌었어요. 전 철령이 북한에서도 이런 면들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했거든요. 아내와 있었을 때도 이런 모습이 있지 않았을까요? 이런 것들이 무의식중에 튀어나오면 좋지 않을까 싶었어요. 현장에서도 재밌었는데 관객들도 이런 부분을 좋아해 주셔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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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가 781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배우들 간의 케미스트리다. 현빈에게도 굉장히 재밌었던 작업이다. 좋은 에너지 속에서 다 함께 작품을 만든 과정이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호성적까지 기록한 덕분에 2편 작업은 케미가 배가 됐다.
“처음 작업해 보는 배우들과 작품에 들어가게 되면 정보를 알아내야 하는 시간들이 필요해요. 내가 이 대사를 치고 연기했을 때 상대방의 리액션에 대한 정보가 없으니까 맞추는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서로 이해하는 것들이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죠. ‘공조2’는 굳이 그런 작업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은 상태라 시간 단축이 될 수 있었어요. 다양한 아이디어도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받아들이는 여유가 생겼고요. 무조건 장점이자 좋은 작업이었습니다.”(웃음)
다니엘 헨리와는 지난 2005년 신드롬적 인기를 이끈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 이후 17년 만에 재회했다. 다니엘 헨리는 국내 첫 작품이었던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단숨에 이름을 알리고, 임윤아는 영화 데뷔작인 ‘공조’로 확실하게 배우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 제가 함께 작업하고 있다는 게 좋아요. 헨리와 17년이 지난 순간에 또 이렇게 보니 당연히 반갑고요. 각자 서로의 위치에서 잘 살아왔기에 긴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한 카메라 앞에서 이야기 나누고 연기할 수 있는 게 큰 축복 같아요. 반가웠어요. 친밀감이 이미 형성된 관계라 호흡도 좋았고요. 2005년도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현빈과 북한 사투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공조’로 한 번,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으로 또 한 번 북한 인물을 연기했고, 그때마다 소위 대박을 쳤다. “북한 사투리 연기를 여러 번 해서 이제 익숙할 것 같다”는 말에 현빈은 “많이는 아니고 두 번이다”라고 웃으며 정정했다.
“‘공조’가 사랑을 받아서 크게 인식이 된 것 같아요. 다른 작품이었다면 북한 말을 쓰는 역할을 다시 안 했을 텐데 ‘공조2’이니까 거리낌 없이 선택했어요. 물론 사투리 연습도 했어요. 1편을 다시 찾아봤거든요. ‘공조’가 아니면 당분간 북한 말 쓰는 역할은 안 할 거예요.”
올 추석을 앞두고 개봉하는 ‘공조2’는 이례적으로 홀로 극장을 장식한다. 명절 특수를 노리는 영화들이 대거 등장하던 과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경쟁작이 없다는 것은 장점이 될 수도,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박스 자체가 적어지는 게 아닐까’ 생각한 사람 중의 하나예요. 대다수의 분들은 큰 영향은 없을 거라고 좋게 말씀해 주셨는데 좋은 기회가 되길 바라요. 저도 여태까지 영화를 하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일이거든요. 정확히 어떻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이게 좋은 반응으로 갈지 추후에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
“1편을 보셨던 분들이 훨씬 더 만족하셨으면 좋겠어요. 1편을 안 봤던 분들도 ‘공조’가 이런 재미가 있는 영화라는 걸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관객 스코어는 1편만큼, 혹은 1편 이상 들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공조2’ 시사회 후 호평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 특히 작품 말미 쿠키 영상은 3편 제작에 대한 기대감까지 안겼다. 현빈은 “2편도 1편에 대한 결과가 좋아서 제작이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3편에 대한 것도 2편의 결과가 좋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 준다면 그것에 대한 여지는 있을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관객분들은 기대를 안 하고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웃고 싶으신 분들이 오면 2시간 정도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1편에 비해서 많이 빌드업 하려고 많이 고민했는데, 그런 부분들이 보이길 바라고 있습니다. 액션이나 코믹적인 요소를 재밌게 봐주셨으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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