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3년 영국 해군은 6척의 항공모함을 발주했다. 이 가운데 5번 함인 허큘리스는 전쟁이 끝난 뒤인 1945년 9월에 진수됐다. 영국 해군은 쓸모가 없어진 허큘리스를 10여 년 동안 스코틀랜드 해안의 한 기지에 보관했다. 해군력 강화를 꾀하던 인도가 이 항공모함에 대한 구입 의사를 보이자 영국은 곧바로 매각했다. 1961년 허큘리스를 넘겨받은 인도 해군은 전투·폭격기 등의 탑재가 가능하도록 개조하고 이름도 비크란트(Vikrant)로 바꿨다. 비크란트는 산스크리트어로 ‘용감한’이라는 의미다.
비크란트는 1971년 발발한 제3차 인도·파키스탄 전쟁에서 큰 전과를 올렸다. 호위함 2척과 초계함 2척을 대동하고 출동한 비크란트는 파키스탄 본토를 공습해 항공 전력을 무력화했다. 비크란트의 활약 등으로 인도는 전쟁 발발 약 2주일 만에 승리했다. 비크란트가 공격했던 동파키스탄 지역은 방글라데시로 독립했다. 그 후 20여 년 동안 인도양·벵골만을 누볐던 비크란트는 노후화로1997년 퇴역했다. 인도는 비크란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2004년 러시아에서 항공모함을 들여와 ‘비크라마디티야’라는 이름으로 운용하고 있다.
인도가 자체 제작한 첫 항공모함 ‘비크란트’가 최근 취역했다. 옛 영광을 재연하자는 뜻에서 항모명 비크란트를 계승했다고 한다. 신형 비크란트는 인도 해군의 함정 디자인국이 직접 설계하고 부품 중 75% 이상을 인도에서 조달했다. 제작 비용은 2000억 루피(약 3조 3000억 원)이 투입됐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인도 방위산업 자립 의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며 “단순히 해군력이 더 강해지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는 신형 비크란트 취역으로 러시아산 비크라마디티야와 함께 항공모함 2대를 보유하게 됐다. 여기에 2030년대 진수를 목표로 1대 더 건조해 총 3대의 항모를 운용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인도가 항모 전력을 확대하는 이유는 남아시아와 인도양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막기 위해서다. 우리도 북한과 주변국의 도발을 막으려면 핵 추진 잠수함, 중장거리 미사일, 첨단 전투기 등 압도적 군사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튼튼한 안보가 평화를 지킨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