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검열 등을 반대해온 국제 해커집단 ‘어나니머스(Anonymous)’가 유엔 웹사이트를 해킹해 러시아를 비판하고 대만의 유엔 가입을 촉구하는 글을 올렸다.
6일(현지시간) 대만의 타이완뉴스에 따르면 어나니머스는 지난 3일 유엔의 웹사이트를 해킹해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 대만 독립을 형상화한 배너, 코소보 국기, '그린 우크라이나' 기, '자유 벨라루스' 기, 러시아 야당 상징기, 최초의 우주인인 러시아의 유리 가가린을 광대로 묘사한 영상물과 6쪽 분량의 성명서를 게재했다.
이들이 올린 기(旗)들은 러시아와 중국, 벨라루스 등 권위주의 국가를 비판하는 것으로 그린 우크라이나는 1917-1922년 러시아 극동지역의 아무르강과 태평양 연안 사이에 존재했던 정치세력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당시 소련의 영향력을 피하고자 독립국가를 세우려 했으나 해산됐다. 자유 벨라루스 기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에 반대하는 세력이 사용하는 깃발이다.
어나니머스 측은 타이완뉴스에 유엔의 이벤트 제안 관련 웹사이트를 변조 공격해 "대만과 코소보를 유엔에 복귀시켜라"는 등의 글과 영상물을 올렸다고 밝혔다.
대만은 중국 대표권을 문제로, 코소보는 러시아·중국 등에 세르비아로부터의 독립을 인정받지 못해 유엔에 정식 가입되지 않은 상태다.
타이완뉴스에 따르면 어나니머스가 웹사이트 변조를 통해 유엔 웹사이트에 올린 성명서의 첫 페이지에는 중국 공산당을 조롱하고, "중국 공산당은 진정한 중국(대만)에 대한 반란이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 "타이완 넘버 완(Taiwan Numbah Wan)은 영원하라"라는 문구와 함께 "웨스트 타이완은 대만의 분리할 수 없는 한 부분이다(West Taiwan is an inseparable part of Taiwan)"는 글이 포함돼 있다.
이는 "대만은 중국의 분리할 수 없는 일부분이다"라는 중국의 주장을 패러디한 문구로 보인다.
성명서의 둘째 페이지에는 유리 가가린이 지구에 착륙하기 전 캡슐에서 분리됐기 때문에 최초의 우주인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들은 “어나니머스는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하기 위해 가가린을 이용하는 모습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셋째 페이지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터인 자포리자 원전 주변 30㎞ 반경 지역을 비무장지대로 설정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어 어나니머스는 성명서의 넷째, 다섯째 페이지에 1993년 이전의 의회정치 부활, 핵무기 감축 등 러시아에 부과할 전후 해결책 목록을 열거했다.
마지막 페이지에선 미국이 '러시아의 길'을 피하기 위해선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현명하게 투표하라”는 내용으로 성명서를 마무리했다.
앞서 어니나머스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8월 2∼3일) 이후 중국발로 추정되는 해커에 의해 대만대 홈페이지가 공격을 당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의 한 부동산회사 웹사이트를 공격한 바 있다.
이들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대해서도 사이버 전쟁을 선포하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