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이 확대되면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수출 제재가 본격화할 경우 한국이 미국·일본보다 더 큰 치명타를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이 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대중(對中) 전기·전자, 통신 장비 제조 등 전략산업의 수출을 통제할 경우 우리나라의 부가가치는 601억 달러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250억 달러), 미국(129억 달러)의 부가가치 감소액을 크게 상회하는 것이다. 부가가치 감소액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한국이 3.5%로 일본(0.5%), 미국(0.1%)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됐다.
한국의 중국 의존도는 지나치게 높다. 지난해 대중 무역 의존도가 24%에 달하고 무역 흑자의 80%가 중국에서 나왔을 정도다. 국내 수입품 1만 2586개를 분석한 결과 중국 비율이 80% 이상인 품목만 1850개나 됐다는 무역협회 조사도 있다. 또 반도체·배터리 등 한국의 미래 성장을 책임질 전략산업에서 핵심 원료의 중국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7월 반도체 공정 소재 네온의 중국 수입액은 지난해보다 80배가량 급증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미국과 권위주의 체제인 중국의 패권 전쟁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대중 수출 통제도 불가피하다. 이 과정에서 우리 경제가 중국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대중 무역 의존도를 크게 줄여야 한다. 반도체·배터리 등 핵심 소재의 중국 쪽 공급선을 다른 나라로 바꾸는 일을 서두르지 않으면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애플과 구글은 올 들어 신형 스마트폰의 일부를 인도·베트남에서 만드는 등 중국 밖 생산을 시작했고 폭스바겐은 톈진 자동차 공장을 닫았다. 우리도 ‘탈(脫)중국’과 시장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전략산업의 초격차 기술 확보에 국력을 총동원해야 ‘차이나 리스크’를 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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