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완전히 정상 개최된다. 영화를 통해 관객과 더욱 긴밀히 소통하고,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해 부산의 아름다움을 알리겠다는 포부다. 새로운 프로그램들도 등장해 전보다 풍성해진 축제의 장을 예고했다.
7일 오후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기자회견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이용관 이사장, 허문영 집행위원장, 오석근 운영위원장,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가 참석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코로나19로 우여곡절을 겪은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 팬데믹 이전 영화제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현행 방역 지침을 준수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좌석의 100% 사용하는 정상적 영화제를 열 계획이다. 개, 폐막식을 비롯한 이벤트, 파티 등 모두 정상적 운영을 준비하고 있으며, 해외 게스트 초청 및 영화제 배지 발급, 티켓 예매 등도 예년의 기준으로 운영한다.
팬데믹으로 2년 동안 중단됐던 아시아영화 지원프로그램도 전면 재개된다. 아시아영화펀드는 장편독립극 영화 인큐베이팅펀드, 후반작업지원펀드, 장편독립다큐멘터리 앤드펀드 등 모두 13편을 지원작으로 결정했다. 아시아영화아카데미는 CHANEL X BIFF 아시아영화아카데미로 명칭을 변경해 새롭게 진화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아시아영화인들의 교류의 장인 플랫폼부산도 다시 열려 다채로운 행사가 준비된다. 팬데믹 기간에도 유지됐던 아시아프로젝트마켓은 올해 6개의 어워드를 추가해 대폭 확대된다.
부산국제영화제와 함께 열리는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 역시 3년 만에 정상 개최하고 기존의 E-IP마켓을 확장한 부산스토리마켓을 출범시킨다. 이는 세계 최초의 스토리마켓으로서 국내외 주요 콘텐츠 관련 기업 및 기관들이 대거 참여해 도서, 웹툰, 웹소설 등 영화제작의 출발점인 스토리를 거래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제한적인 영화제 개최에 아쉬워했던 관객들을 위해 관객라운지를 재개하고 서비스를 확충한다. 관객과 영화 예술인 간 대면 행사의 정점이었던 시네마투게더를 3년 만에 부활시켜 역대 최다, 최상의 라인업인 16명의 멘토와 관객들이 한 팀이 돼 기간 동안 영화를 함께 관람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김성훈 감독, 변성현 감독, 김보라 감독 등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감독들과 배우 강말금, 강진아, 강길우 등이 멘토로 참석한다. 2020년 이후 꾸준히 진행하는, 해외 관객들과 부산을 연결해 동시 GV를 진행하는 프로그램도 여전히 운영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다양성 및 대중성 강화를 위한 섹션을 신설한다. 2017년 故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를 기리기 위해 제정한 지석상을 하나의 프로그램 섹션인 '지석'으로 독립시킨다. 이에 대해 남 수석 프로그래머는 "고인을 기리기 위해 제작된 다큐멘터리 '지선'도 월드 프리미어로 첫 선을 보이게 된다. 3년 전부터 준비했으며, 그분의 삶과 정신에 대해 여러 관계자들의 증언을 담아서 제작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시범 사업으로 시작돼 뜨거운 호응을 얻었던 '생활밀착형 영화제' 동네방네비프는 올해 부산시 전역에서 본격 개최된다. 허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부산 14개 지역에서 산발적 이벤트를 벌인 시범 사업이다. 올해는 부산 17개 지역에서 전면적으로 시행된다"며 "개성 있는 이벤트가 마련됐으니 각 지역민들의 관심 바란다"고 독려했다.
관련기사
마을영화만들기프로젝트를 통해 8곳의 마을 주민들이 만든 단편영화와 제작과정 다큐멘터리를 선보인다. 허 집행위원장은 "지금까지 소규모로 2~3편 수준에서 이뤄졌는데, 올해는 8편이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 참여로 이뤄진다. 이 영화들은 커뮤니티비프 마지막 날 상영된다"며 "이 행사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영화가 감상의 장인 동시에 교육의 장이 될 수 있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영화제의 꽃, 개폐막작도 이날 발표됐다. 개막작은 이란 하디 모하게흐 감독의 '바람의 향기'가, 폐막작은 일본 이시카와 케이 감독의 '한 남자'가 선정됐다. 허 집행위원장은 "개폐막작은 후보작 중에 마음대로 고를 수 없다. 여러 가지 조건을 봐야 되고 해당 영화의 개봉 스케줄 등도 고려해야 된다"며 "제작사와의 긴밀한 협의와 조정 과정 속에서 정해지는데, 올해 개폐막작은 부산국제영화제의 지향성과 부합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바람의 향기'와 '한 남자'는 아시아 영화의 미학이 계승되는 걸 보여준다. 화려한 스토리, 스펙터클, 대중적 재미와 관계없이 인간, 자연, 삶에 대한 성찰을 깊이 있는 카메라 워크로 보여주는 영화기 때문"이라며 "늘 부산국제영화제가 지지한 아시아 영화의 표준적 가치와 일치한다. 불행한 삶을 전시하거나 과장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통해서 위로와 연대를 전하는 점에서 만족한다"고 자신했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배우 양조위가 수상한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매해 아시아영화 산업과 문화 발전에 있어 가장 두드러진 활동을 보인 아시아영화인 또는 단체에게 수여하는 상. 남 수석 프로그래머는 "양조위가 개막식 당일 부산을 찾는다. 양조위의 영화 '해피투게더', '2046', '화양연화' 등 6편을 선정해 특별기획 프로그램으로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 강수연 추모 프로그램은 장기적으로 고민 중이다. 허 집행위원장은 "고 강수연에 대한 추모의 시간은 당연히 가질 것"이라며 "다만 회고전에 관해서는 고민을 했다. 일회적인 회고적을 하는 것보다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추모의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오는 10월 5일부터 14일까지 열흘간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개최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sunshine@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