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가 동반한 폭우로 발생한 경북 포항시 남구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현장에서 숨진 A(53)씨가 20년 가까이 어머니를 모시고 살던 ‘효자’ 라는 사연이 전해져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7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 A씨의 빈소가 마련됐다. 급작스러운 죽음 때문인지 장례식장 조문실에 마련된 제단에는 영정 사진도 없었다.
삼남매의 맏이인 A씨는 20년 전부터 침수사고가 난 아파트에서 모친을 모시고 살았다. 해당 아파트 1층에 거주 중이었던 A씨는 계단 통로를 통해 지하로 내려가서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들이닥친 물을 확인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의 어머니는 "아들은 떠났지만 배수 작업이 조금이라도 빨랐으면 어땠겠냐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침수 30분쯤 전 관리실에 전화해서 지하주차장에 있는 차를 옮겨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도 '괜찮다'고 하더니 곧이어 차량을 옮기라는 방송이 나왔고, 아들이 주차장으로 갔다"고 덧붙였다.
A씨 여동생은 "차를 빼라는 방송을 못 들었으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라며 "오빠는 계단을 통해 주차장으로 내려갔기 때문에 주차장 차량 출입구 쪽에서 주차장으로 물이 밀려드는 것을 보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A씨는 7일 0시 20분께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지만 사망 판정을 받았다.
A씨의 어머니는 "시신 인양 뒤 팔 등을 중심으로 상흔이 여러 군데 있었다"며 "아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려고 애써다가 이리저리 부딪힌 것 같다. 가는 마지막이라도 편하게 갔어야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A씨 가족은 오는 9일 장례식을 치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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