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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엎친데 '태풍 피해'까지 덮쳐…더 무거워진 고향 발걸음

[거리두기 없는 추석]

■ 힌남노가 바꾼 추석풍경

태풍 직격탄 남부에 고향둔 시민들

복구 도우러 하루 일찍 고향으로

고물가에 차례상도 최대한 간소화

추석 대목 사라진 상인들 한숨 커져

유학생들도 환율 고공행진에 시름

자원봉사자들이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경북 포항시 오천시장에서 태풍 침수로 피해를 본 그릇을 정리하고 있다. 포항=연합뉴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경북 포항시 오천시장의 한 떡집에 영업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시간당 100㎜가 넘는 폭우로 오천시장 전체가 침수됐다. 추석 대목을 맞이해 대량으로 물건을 준비했던 상인들의 재산 피해가 심각한 상태다. 포항=연합뉴스


“태풍에 부모님 묘가 훼손됐을까 걱정돼 고향에 도착하자마자 찾아가 상태를 확인할 생각입니다.”(경남 진주 출신 이 모 씨) “다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아 이번에는 집에서 가족끼리 간단히 음식 먹는 정도로 대신하려고 해요.”(서울 은평구 주민 박 모 씨)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없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있지만 고향을 찾는 시민들의 발걸음은 여전히 무거운 모습이다. 고환율·고물가 등으로 팍팍한 주머니 사정을 호소하는 이들이 늘어난 데다 태풍 ‘힌남노’가 휩쓸고 지나간 남부 지역은 여전히 피해 복구에 한창인 탓이다.

8일 서울경제가 만난 대부분의 시민들은 민족 대명절 추석을 맞아 고향에 있는 가족을 보기 위해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특히 태풍이 할퀴고 간 남부 지방에 고향을 둔 시민들은 가족들 걱정에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경남 양산이 고향이라는 박 모(29) 씨는 “포도 농사를 하는 부모님이 태풍이 지나가고 난 뒤 피해를 복구하느라 아직까지도 여념이 없다”며 “불안하고 걱정되는 마음에 직장에 하루 연차를 내고 고향에 일찍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경남 진주가 고향인 이 모(41) 씨는 “경남 산청에 위치한 산 중턱에 아버지를 모셨는데 태풍에 묘가 훼손됐을까 걱정이 크다”며 “대신 가줄 사람도 없어 고향에 도착하자마자 가서 상태를 확인해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실제 태풍의 생채기가 깊은 포항과 경주에서는 추석 연휴에도 복구 작업이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실내로 밀려든 토사를 치우고 물에 잠긴 가재도구를 정리하느라 개인들과 지방자치단체 인력들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상수도와 전기 공급이 끊겨 불편을 호소하는 지역도 있다. 경상북도와 포항시 등에 따르면 이들 지자체는 공무원 4000여 명과 군인 5600여 명 등 인력 1만 3000여 명, 굴삭기 600여 대, 덤프트럭 290여 대 등 장비 1500여 대를 투입해 피해 복구에 전념하고 있다.

경북도가 8일 오전 7시 기준으로 집계한 도내 인명 피해는 사망 10명(포항 9명·경주 1명), 실종 1명(포항), 부상 2명(포항)이다. 주택 침수는 8309건(포항 7959건·경주 350건), 상가 침수가 3077건(포항 3075건·구미 2건)이다. 농작물 피해는 5192.1㏊에 이른다.

치솟는 물가도 시민들의 시름을 한층 깊게 만들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먹거리 물가는 113.57(2020년=100)로 지난해에 비해 8.4% 급등했다. 2009년 4월 이후 가장 큰 폭이다. 개별 품목으로 보면 호박 83.2%, 배추 78%, 오이 69.2%, 무 56.1% 등 크게 올랐다. 특히 여름 폭우에 더해 태풍 피해까지 덮치며 이달 물가는 지난달보다 더 크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고물가에 차례상을 준비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경기도 양평에 거주하는 임 모(61) 씨는 “이전까지는 차례상에 30~40개의 음식을 올리고 친척들이 나눠 가져갈 수 있도록 양도 넉넉하게 준비했다”며 “이번에는 친척들과 회의를 해 음식 종류를 줄이고 양도 차례를 지낼 만큼만 준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 은평구에 거주 중인 박 모(30) 씨는 “가족들과 차례를 지낸 후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나가는 것이 가족만의 문화였는데 이번에는 다들 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만큼 집에서 간단한 음식을 먹는 것으로 대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환율 상황이 이어지는 탓에 추석 명절을 앞에 둔 유학생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영국에서 유학 생활을 하고 있는 대학원생 송 모(27) 씨는 “최근까지 원·파운드 환율이 거의 1600원을 웃돈 데다 물가도 워낙 비싸서 고민이 컸다”면서 “한국 계좌에 있는 돈을 영국 계좌로 넘길 때 환율이 너무 높으면 가지고 있는 액수 중에서 꼭 필요한 만큼만 보내고 환율이 내릴 때를 기다려 나머지 돈을 보내는 식으로 대처하고는 했다”고 설명했다.

이달 7일 원·달러 환율은 1380원을 돌파했다. 환율이 1380원을 넘어선 것은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9년 4월 1일(고가 기준 1392원) 이후 13년 5개월 만이다. 환율은 지난 한 주 1350원과 1360원대를 차례로 돌파했다. 이번 주 들어 5일 1370원을 돌파한 뒤 이틀 만에 1380원대에 진입하며 고공 행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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