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정권 시절 구로공단 조성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농지를 빼앗긴 농민의 유족이 61년만에 정부로부터 배상금을 받게 됐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 이혜린 판사는 A씨의 유족이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을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하고 정부가 유족에게 배상금 총 1억 5791만원과 1999년 1월 1일부터 연 5%로 계산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도록 했다.
재판부는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해 관련자들을 수사하면서 위법하게 수집한 증거로 유죄 형사판결을 받게 했고, 이를 이용해 종전 민사 패소 판결의 결론을 뒤집는 등 불법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1961년 9월 구로공단 조성 명목으로 서류상 군용지였던 서울 구로동 일대 약 30만평의 땅을 강제수용하고 농사를 짓던 주민들을 내쫓았다. A씨 등 85명은 이 땅이 1950년 당시 농지개혁법에 따라 적법하게 분배받은 것이라며 1964년 6월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내 승소했다.
하지만 박정희 정권이 대대적인 소송사기 수사에 착수하고 농민들과 담당 공무원들을 잡아들이면서 땅을 돌려받지 못했다. 정부는 이 수사기록을 내세워 민사재판 재심을 청구했고 1989년 다시 토지 소유권을 가져갔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체포됐다가 구속영장이 청구되기 전 땅에 대한 권리를 포기해 석방됐다.
그러다가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가 2008년 7월 "국가의 공권력 남용으로 벌어진 일"이라고 진실규명 결정을 내리면서 반전 계기가 마련됐다. 피해자들의 민·형사 재심 청구가 잇따랐고 법원은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수백억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연이어 내놨다. 이번 소송의 원고들도 정부에 빼앗긴 토지 중 자신들의 상속분만큼의 손해를 배상해달라며 지난해 11월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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