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마스터플랜이 나오기 전에라도 정부는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언제, 어떻게 할지 타임테이블을 제시해달라. 시민들은 (사업이) 흐지부지 될까 걱정한다.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신이 있다.(신상진 성남시장)”
“옥길 신도시를 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택 공급을 하고 빠져나가면 (시민들은) 부족한 기반시설에 대한 불만이 높다. 지자체가 그걸 다 떠안아야 하는 문제가 심각하다.(조용익 부천시장)”
추석 연휴가 시작하기 하루 전인 지난 8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성남고양부천안양군포 등 5개 1기 신도시를 대표하는 시장들을 만났다. 오는 2024년으로 예정된 1기 신도시 재정비 마스터플랜을 수립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중앙정부 관계자들과 지자체장들의 공식 첫 만남이었다.
행사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차담회와 사진촬영까지는 훈훈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본 행사에 접어들면서 간담회 회의실은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언론 취재는 모두발언까지만 허락된 탓에 회의 전체 내용을 파악하기는 어려웠지만, 분명한 것은 정부와 지자체 간 협력과 견제가 동시에 이뤄지는 줄다리기가 치열했다는 것이다.
지자체장들은 철저하게 지역 주민들의 편에 서서 정부에 쓴소리를 했다. 앞서 거론한 신 성남시장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신 성남시장만 정부에 ‘명확한 계획’을 내놓으라 채근한 것은 아니다. 지난달 16일 마스터플랜 수립 시점이 2024년으로 잡힌 이후, 1기 신도시 민심이 들끓었던 것처럼 발언 수위에 차이가 있을 뿐 참석한 지자체장들이 “주민들이 정치인을 믿지 못하겠다고 한다”는 발언으로 정부를 압박했다.
이동환 고양시장도 층간소음과 주차난, 배관부실 등의 문제를 겪고 있는 주민들의 고통을 호소하며 빠르게 추진해달라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 고양시장은 “(재정비는) 미룰 수 없는 상황이다. 주택가격 폭등이 다소 멈춘 지금은 재건축하기 제일 좋은 시기”라며 “고양시가 선도도시로서 재정비에 나설 수 있기를 바란다”고도 강조했다. 이는 국토부가 신도시 5곳을 동시에 재정비하기보다, 시범도시를 선정하고 순차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조 부천시장은 중동(1기)과 옥길(2기) 신도시를 보유한 지자체장으로서의 경험을 살려, 국토부가 과거 신도시 정책에서 놓친 것들을 지적했다. 그는 국토부와 LH가 주택 공급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공원이나 체육시설 같은 주민생활시설이나 기반시설이 부족하다는 점을 언급하며, 이번 재정비 때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조 부천시장은 “옥길신도시의 (부족한 시설을 보완하기 위해) 부천시가 수백억 원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고백하며 마스터플랜을 공동수립해야 한다는 뜻을 비췄다.
그런가 하면 지역마다 서로 다른 주거환경에 대한 이견도 노출됐다. 상대적으로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을 선호해 온 안양시는 용적률에 초점을 맞춰 모두발언 시간을 할애했다. 최대호 안양시장은 “안양은 54개 단지 가운데 26개 단지가 리모델링 조합을 결성했으며 그 가운데 7개 단지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마스터플랜은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모두 다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미 사업이 궤도에 오른 단지를 고려해 달라는 발언도 덧붙였다.
자신들이 대표하는 지역의 재정비가 가장 시급하다 말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하은호 군포시장은 “중동은 그래도 좀 낫지 않나”며 “산본신도시는 20평 이하 소형 아파트가 1기 신도시 가운데 가장 많고, 영구임대도 가장 많다. 주차문제와 녹지 부족이 심각하다”며 국토부에서 협력을 요청하며 이 자리를 만든 것이 다행스럽다는 발언을 했다.
한편 국토부는 재정비 속도를 높이기 위해 정비기본방침에 집중하고, 각 지자체는 정비기본계획을 수립하는 등 중앙부처와 지자체가 투트랙으로 계획단계를 밟아 나가기로 했다. 국토부의 정비기본방침은 1기 신도시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정비 가이드라인으로, 도시기능 성장방안과 광역교통 설치방안, 선도지구 지정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각 지자체가 수립하는 정비기본계획은 정비사업의 기본방향과 주거지·토지이용관리계획, 용적·건폐율 등 밀도계획, 이주대책 등을 포함한다. 아울러 국토부는 내년 2월 특별법을 발의해 정비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충실히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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