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우(27)가 퍼터를 바꿨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발목을 잡아온 퍼트 때문에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지난달 말 프레지던츠컵 사전 미팅에서 애덤 스콧(호주)에게 고민을 털어놓았을 정도로 그의 고민은 생각보다 컸다. 롱 퍼터를 쓰는 스콧의 조언을 받은 그는 11일 일본 나라현 나라시의 고마CC(파71)에서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제38회 신한동해오픈(총상금 14억 원)에서 처음으로 빗자루 모양의 브룸스틱 롱 퍼터를 꺼내 들었다.
퍼터 교체를 선택한 김시우는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주 무대로 삼고 있는 김시우는 6년 만에 출전한 KPGA 투어 대회인 신한동해오픈에서 공동 5위라는 의미 있는 성적을 냈다. 신한동해오픈은 15세의 나이로 공동 6위에 올랐던 2010년 이후 12년 만의 출전이라 더욱 의미가 남달랐다.
비록 마지막 날 1타만을 줄이는 아쉬움 속에 목표했던 우승을 놓치기는 했지만 이번 대회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새로 바꾼 퍼터 덕을 톡톡히 봤다. 첫날부터 6타를 줄여 공동 4위에서 출발한 것도 퍼터의 힘이었다. 셋째 날까지 줄곧 선두권을 유지한 그에게 퍼트가 말을 듣지 않은 건 마지막 날이 유일했다. 최종 라운드를 마친 김시우도 “롱 퍼터 때문에 퍼트가 안 된 것은 아니었다”고 선을 그은 뒤 당분간 롱 퍼터를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퍼터 교체는 김시우가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선수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PGA 투어 통산 3승으로 최경주(8승)에 이어 한국인 최다승 2위에 올라가 있음에도 그는 결코 자만하지 않았다. “매년 PGA 투어에 새로운 선수들이 늘어나고 우승 스코어도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아요.” 이번 대회에서 나흘간 김시우가 입이 닳도록 반복한 단어도 ‘노력’과 ‘발전’이었다.
간절함도 변화에 영향을 끼쳤다. 이번 주에 곧바로 시작될 PGA 투어 2022~2023시즌이 김시우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1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올 12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활약 중인 오지현(26)과의 결혼은 물론이고 내년 9월에는 병역 혜택이 걸린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세계 랭킹 75위인 김시우가 아시안게임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 프로 선수 중 세계 랭킹 상위 2명에 들어야 하는데 현재는 18위 임성재(24)와 21위 김주형(20), 41위 이경훈(31)에 밀려 있다. 부지런히 순위를 끌어올려야 한다는 뜻이다.
김시우는 앞으로의 중요한 1년에 대해 “선수로서 항상 중요하지 않은 시즌은 없었던 것 같다. 오프 시즌에도 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몸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연습도 해야 한다”며 “더 중요하다고 해서 특별히 준비할 건 없는 것 같고 해오던 대로 부상만 당하지 않게 컨디션 관리를 잘한다면 더 좋은 일이 찾아오지 않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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