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간 내연 관계였던 여성의 남편 차량 밑으로 들어가 고의로 브레이크를 파손한 남성이 법정에 선다.
지난 4월 17일 경상북도 포항시에 사는 A씨는 지인들과 모임을 하고 있었는데 오전 2시께 누군가 A씨의 차량 밑으로 들어가 5분가량 머물다 나오는 장면이 CCTV에 찍혔다.
당시 실시간으로 CCTV를 감시하던 주차장 관리자가 이 장면을 목격하고 A씨에게 차를 가지고 귀가하면 위험할 것 같다고 전했다.
CCTV 영상에는 한 남성이 주차장으로 진입한 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신속하게 A씨의 차 밑으로 들어가 일을 마친 뒤 차 밑에서 빠르게 빠져나와 사라지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다음날 아침 A씨는 차량의 브레이크 오일선이 절단되고 차량 밑으로 오일이 흘러 나와 고여 있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브레이크를 파손한 남성은 A씨의 아내와 3년 간 내연 관계에 있던 사람이었다.
사건 당일 남성은 A씨를 몰래 따라와 새벽까지 기다렸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내연남이 자신을 살해할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고 경찰 역시 살인 미수에 초점을 맞춰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내연남에게 살인의 고의성이 있었는지 파악하기 위해 그의 휴대전화 포렌식은 물론 통화 내역, 문자 발송, 보험 가입, 동선, 평소 행실 등을 살폈으나 살인 미수 혐의를 적용할 단서를 발견하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달 초 4개월 간의 조사 끝에 내연남을 특수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넘겼고 오는 21일 재판을 앞두고 있다.
경찰은 “여러 정황을 종합한 결과 내연남이 사건 당일 단독으로 우발적인 범행을 벌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며 “담당 검사와 소통하며 수사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A씨는 “브레이크가 파손된 차량을 몰고 가다 사고가 났어야 살인 미수죄로 처벌하는 것이냐”며 억울한 입장을 전했다.
A씨는 “매일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불안하게 지내고 있고 몸이 떨려 일도 못 하고 있다”고 호소하면서 “변호사가 그가 초범이고 살인도 미수에 그쳤기 때문에 집행유예로 풀려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아울러 “그는 나에게 한번도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았고 어떠한 보상도 얘기하지 않았다”며 “그가 얼마나 나쁜 짓을 했는지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게 최대 형량을 받길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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