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스피드·체력은 말할 것도 없고 무한한 열정과 에너지·침착함까지 갖췄다. 약점이 없는 19세의 신예는 메이저 대회 챔피언이자 남자 테니스 세계 1위가 됐다. 새로운 전설의 서막을 열어젖힌 카를로스 알카라스(4위·스페인)가 주인공이다.
알카라스는 12일(한국 시간) 미국 뉴욕의 빌리 진 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 오픈 테니스 대회(총상금 6000만 달러) 남자 단식 결승에서 카스페르 루드(7위·노르웨이)를 3 대 1(6 대 4 2 대 6 7 대 6<7 대 1> 6 대 3)로 물리쳤다.
2003년 5월생으로 19세 4개월인 알카라스는 13일 발표될 남자프로테니스(ATP) 단식 세계 랭킹에서 새로운 1위가 된다. ATP 세계 랭킹이 창설된 1973년 이후 최연소 1위 기록이다. 2001년 11월에 20세 9개월의 나이로 1위에 올랐던 레이턴 휴잇(호주)의 종전 기록을 1년 5개월이나 앞당겼다. 10대 나이의 남자 단식 세계 1위는 알카라스가 최초다. 메이저 남자 단식 우승으로는 2005년 프랑스 오픈 당시 19세였던 라파엘 나달(3위·스페인) 이후 최연소 기록이다.
‘제2의 나달’로도 불리는 알카라스는 나달(36), 노바크 조코비치(35·세르비아), 로저 페더러(41·스위스)가 20년 가까이 군림해온 남자 테니스에서 차세대 주자로 관심을 모았다. 이 대회 전까지 2021년 US 오픈과 올해 프랑스 오픈 8강이 메이저 최고 성적이었던 그는 이번 우승으로 존재감을 더욱 높였다. ATP 투어 단식 5승 중 네 번이 클레이코트 대회였으나 이번에 하드코트 메이저를 정복하며 코트를 가리지 않는 경기 스타일도 확인했다. 알카라스는 경기 후 “세계 1위와 메이저 우승은 어릴 때부터 꿈꿔온 목표이고 이를 이루기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고 소감을 밝힌 뒤 “물론 여전히 배가 고프다”고 덧붙였다.
키 183㎝에 오른손잡이인 알카라스는 이날 고비마다 서브 에이스 14개를 꽂았고 그라운드 스트로크는 물론 발리·어프로치와 오버헤드 스트로크 등 19세답지 않은 경기 운영 능력을 선보였다. 1세트를 따낸 뒤 2세트를 루드에게 빼앗긴 알카라스는 3세트 게임스코어 5 대 6으로 뒤진 상황에서 루드에게 세트 포인트를 두 번이나 내주는 위기를 이겨내고 타이브레이크 끝에 3세트를 가져가며 경기 주도권을 잡았다.
올해 프랑스 오픈에서도 준우승한 24세의 루드 역시 생애 첫 메이저 우승과 세계 1위 등극을 동시에 이룰 수 있었지만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세계 2위가 된 루드는 이날 1세트 경기 도중 깨끗한 스포츠맨십으로 갈채를 받았다. 게임스코어 3 대 4로 뒤진 가운데 짧게 떨어진 공을 받아 넘긴 루드는 심판이 콜을 하지 않아 경기가 그대로 진행될 상황에서 공이 두 번 튀겼다는 사실을 심판에게 스스로 알려줬다.
한편 전날 열린 대회 여자 단식 결승에서는 21세의 이가 시비옹테크(1위·폴란드)가 온스 자베르(5위·튀니지)를 2 대 0으로 완파하고 2020년과 올해 프랑스 오픈에 이어 개인 통산 세 번째 메이저 정상에 올랐다. 이번 대회 남녀 단식 우승 상금은 각각 260만 달러(약 35억 9000만 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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