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제조 장비나 인공지능(AI)용 고성능 칩 등의 중국 수출 제한 규제를 명문화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기존처럼 개별 기업에 서한을 보내 수출 제한 방침을 통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 전반에 걸쳐 규제를 확대하는 강화된 행보로 평가된다.
11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반도체 제조 장비 생산 업체나 고성능 반도체 칩 제조사 일부를 대상으로 일부 품목의 중국 수출 라이선스를 받도록 의무화한 방침을 확대해 다음 달 중 규제를 문서화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미 상무부는 KLA·램리서치·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 등 반도체 장비 제조사에 14 ㎚(나노미터·10억분의 1m) 이하 공정으로 제조된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다고 개별적으로 통보한 바 있다. 이들 기업이 해당 품목을 수출하려면 상무부로부터 라이선스를 취득해야 한다. 이어 지난달 31일에는 엔비디아와 AMD에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AI용 고성능 컴퓨팅 그래픽처리장치(GPU)의 대중 수출 금지 조치를 통보한 바 있다.
기존에는 개별 기업에 통보되던 규제가 명문화될 경우 유사 업종의 타 기업 등 산업 전반으로 확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기업뿐 아니라 이후 경쟁사가 잠재적으로 비슷한 성능을 가진 제품을 개발할 경우에도 수출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인텔뿐 아니라 AI 반도체 스타트업 세러브러스시스템스도 고성능 컴퓨터용 칩 시장에서 잠재적인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인텔 측은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이들 회사가 직접 수출하는 것이 아니라 타 기업이 상무부에서 수출 금지 대상으로 명시한 제품을 수출할 경우에도 라이선스가 필요하다는 조항이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는 델테크놀로지스·휴렛팩커드·슈퍼마이크로컴퓨터 등이 엔비디아의 A100을 토대로 데이터센터용 서버를 생산, 수출하고 있다. 미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기술 전문가인 짐 루이스는 “미국이 중국의 목을 조르는 전략에서 반도체 칩이 급소라는 점을 인지했다”며 “중국은 자체적으로 수출 금지 대상이 된 칩이나 반도체 제조 장비 수준의 성능을 낼 수 없을 것”이라고 짚었다. 미 상무부 고위 관계자는 “기존 방침의 변화를 통지한 서한을 바탕으로 규제 조치를 성문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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