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서울 집값 하락 폭이 확대되는 가운데도 강남·서초 등 한강변 초고가 단지들은 지난해 기록한 신고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가 되고 있다. 외곽 지역처럼 대출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급매’로 나오는 매물이 사실상 거의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1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8월 KB시세 기준 평(3.3㎡)당 가격이 가장 높은 서울 10개 단지에서 올해 거래된 34건 가운데 33건(97.1%)이 지난해까지 기록한 신고가(같은 면적 기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평당 집값이 가장 비싼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는 올해 거래된 10건 중 9건의 매매가격이 지난해 기록한 신고가보다 더 높았다. 이 단지 전용면적 129.97㎡의 경우 지난해 6월 51억 원(8층)에 거래돼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올 5월에는 이보다 17억 원 비싼 68억 원(19층)에 거래됐다.
재건축 대장 단지로 불리는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1·2차’ 역시 올해 거래된 6건 모두 지난해까지의 신고가보다 높은 가격에 거래됐다. 196.21㎡은 지난해 3월 64억 원(9층)에 매매됐지만 올 7월에는 이보다 무려 16억 원 뛴 80억 원(6층)에 거래됐다. 용산구 이촌동 ‘한강맨션’ 120.56㎡은 지난해 40억 원(4층)에 계약서를 쓰며 신고가를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5월 거래된 45억 원(2층) 포함 3건이 모두 더 높은 가격에 매매됐다.
서울 외곽부터 시작해 최근 주요 자치구까지도 급매가 쌓이며 시세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한강변 초고가 단지는 예외라고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설명한다. 서초구 반포동에서 공인중개업을 하는 A 씨는 “신반포역 주변 단지들은 당장 돈이 급해 이전 실거래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물을 내놓는 경우는 없다”고 설명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공인중개사 B 씨도 “42평(전용 131.48㎡)이 6월 47억 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됐고 현재 매물도 최소 49억 원 이상만 있기 때문에 거래가 되면 또 신고가가 경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해당 단지에서 집값 하락을 주도하는 급매가 나올 요인이 적다고 분석한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집값이 최상위권에 있는 아파트들은 자산가들이 대출 없이 구매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금리 인상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급매가 나올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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