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이달 하순 미국에서 열리는 유엔총회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회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양국 정부는 기시다 총리의 미국 방문 중 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과 관련해 일정을 조율 중이다. 기시다 총리는 20일(현지시간)부터 시작되는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찾는다. 이 곳에서 취임 이후 처음으로 일반 토론 연설에 임하고, 포괄적 핵 실험 금지 조약(CTBT)의 조기 발효를 위한 첫번째 정상급 회의를 주재할 예정이다. CTBT는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는 조약으로 1996년 유엔총회에서 결의했지만 주요 핵개발국가가 비준하지 않아 발효되지 못하고 있다.
미일 정상회담이 성사되면 6월 독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짧은 시간 회담한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양국은 5월 바이든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때도 일본에서 정상회담을 개최한 바 있다. 닛케이는 "회담이 성사되면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동·남중국해 동향, 긴박한 대만 정세에 대해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이 주도하는 새 경제 통상 플랫폼인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의 장관회의 성과도 확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시에 일본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과의 회담도 검토하고 있다. 닛케이는 "일본 정부가 징용공(강제노역 피해자) 소송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지켜본 후 판단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처음으로 만나고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가지기도 했지만, 아직 한 번도 공식 양자회담을 한 적은 없다.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이 한국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고 본 한국 대법원의 2018년 판결 이후 한일관계가 경색되면서 양국 정상회담은 2019년 12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회담을 마지막으로 맥이 끊겼다.
한편 기시다 총리는 19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장례식에 나루히토 일왕과 함께 조문하는 방향으로 검토 중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는 바이든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각국 정상이 대거 참석할 예정인 만큼 유엔총회 직전 '세기의 조문 외교'가 펼쳐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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