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국가 순방에 나선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32개월 만의 해외 방문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지만 국제사회의 관심은 이번 순방에서 진행될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정상회담에 쏠려 있다. ‘신냉전’으로 치닫는 국제 질서 속에서 미국을 주축으로 한 서방에 맞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이번 회동을 계기로 더욱 돈독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양제츠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양국의 핵심 이익을 서로 확고히 지지한다”는 발언으로 공고해진 중러 관계를 방증한 가운데 11월에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앞서 미국의 주도권을 사전에 견제하려는 두 정상 간 회동을 미국 등 서방도 경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12일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시 주석이 14~16일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시 주석의 해외 방문은 2020년 1월 미얀마 방문 이후 약 32개월 만이다.
방문국인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시 주석의 대외 정책인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의 핵심 지역이다. 특히 카자흐스탄은 2013년 시 주석이 처음으로 일대일로를 공식화한 곳이자 중국의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한 국가로 시 주석이 3연임을 앞둔 첫 순방국 선정에서 일대일로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상징적 의미를 담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우즈베키스탄에서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열린다. SCO는 2001년 중국과 러시아의 주도로 출범해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인도·파키스탄 등 8개국을 회원국으로 둔 정치·경제·안보 협의체이며 이번에는 이란이 정식 회원국으로 가입할 예정이다. 미국과 서방의 강한 견제를 받는 중국과 러시아 입장에서는 이번 회의가 동맹 세력을 강화하고 역내 영향력을 극대화할 기회인 셈이다.
무엇보다 시 주석의 해외 순방에서 주목되는 것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다. 이번 만남은 올 2월 베이징 동계 올림픽 이후 7개월 만에 이뤄지며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로는 처음이다. 두 정상은 이번 회담에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반대를 표명하고 양국 간 무역·투자 확대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국 고위급 인사들도 양측의 회동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13일 인민일보에 따르면 양제츠 정치국원은 전날 안드레이 데니소프 주중 러시아 대사와 만나 "양국은 핵심 이익 문제와 관련해 서로를 확고히 지지하고 국제 다자 간 무대에서도 밀접하게 협력하고 있다"며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높은 수준의 전략적 협력을 면밀히 수행하고 서로의 공동 이익을 보호하며 국제 질서를 더욱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발전시키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는 곧 미국과 서방의 제재에 맞서 양국의 이익을 지키고 신냉전 시대의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데니소프 대사도 "두 국가 정상의 지도 아래 양국 관계가 역사상 전례없이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며 "양국 관계가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겉으로는 중립국임을 강조하면서도 러시아의 침공을 사실상 지지하며 경제·안보 협력을 심화시키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외국 브랜드가 러시아에서 철수한 자리를 중국의 자동차·TV·스마트폰 수출이 채웠다”며 “2분기 러시아 신차 수입의 81%가 중국산이었고 샤오미는 러시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 제조사였다”고 밝혔다. 중러는 이달 들어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 가스프롬이 중국에 공급하는 천연가스를 루블과 위안화로 대체해 지급하기로 발표하는 등 ‘탈달러’ 동맹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이달 1~7일 진행된 러시아 주도의 다국적 군사훈련인 '보스토크(동방) 2022'에 사상 처음으로 육해공 3군을 모두 파견하는 등 양국 간 군사적 협력 또한 굳건히 다지고 있다.
중러의 깊어지는 유대 관계에 미국도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12일(현지 시간)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기내 브리핑에서 “우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러시아 지지 및 러시아와의 유대에 관해 명확히 우려를 표해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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