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을 상대로 대반격에 나선 우크라이나군이 연일 승리를 거두면서 서울 면적의 10배에 달하는 6000㎢의 영토를 탈환했다. 우크라이나가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번 패배를 계기로 화학무기 사용을 감행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2일(현지 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9월 초부터 우리 군이 동부와 남부 지역의 영토 6000㎢를 탈환했다"며 "우리는 더 나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밝혔다. 전날 벨라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 총사령관이 밝힌 탈환 규모는 3000㎢였다. 하루 만에 수복한 영토 면적이 두 배나 늘어난 것이다.
이번에 우크라이나가 탈환에 성공한 지역은 전쟁 초반에 러시아가 함락했던 제2 도시 하르키우다. 올레흐 시네후보우 하르키우 주지사는 "적들이 서둘러 진지를 버리고 이전에 점령했던 영토 깊숙이 도망쳤다"며 "전선의 일부 지역에서는 우리 군이 주 경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AP통신은 우크라이나군이 24시간 동안 20개 이상의 정착촌을 해방시켰다고 설명했다.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들에는 이 지역을 찾은 우크라이나 군인들이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건물에 우크라이나 국기를 게양하거나 바닥에 떨어진 러시아 국기에 신발을 닦는 모습, 러시아군이 후퇴하며 버리고 간 탱크와 장갑차들을 조사하는 모습 등이 담겼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에 중대한 작전상 패배를 안겨주면서 신속하게 반격해 하르키우 대부분을 탈환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애써 담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군사작전이 계속되고 있다"며 원래 설정한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군사 지도부를 여전히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직접적인 답변을 거부한 그는 “대통령은 국방장관을 포함한 모든 군 지휘관들과 24시간 교신하고 있다"고만 말했다. 이날 국영TV에 출연한 푸틴 대통령은 전쟁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채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가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고만 강조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수세에 내몰린 푸틴이 핵무기 사용과 같은 극단적인 행보를 보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CNN은 "만약 러시아가 푸틴에게 있어 정치적으로 좋지 않은 손실에 직면해 있다면 우크라이나의 이번 승리는 전쟁을 새로운 위험 국면으로 몰고 갈 수도 있다"며 "서방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패배하는 것처럼 보일 경우 푸틴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알 수 없는 데다 화학무기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해왔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은 앞서 잘루즈니 우크라이나 총사령관도 러시아의 전술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전문가이자 뉴헤이븐대 역사학과 부교수인 브래들리 우드워스는 "푸틴이 넘지 않을 선을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 알 수 없다"며 "푸틴이 전술 핵무기를 사용하는데 어떤 방침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가 어떻게 알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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