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일부 가스관을 잠그며 에너지 무기화에 나선 데 이어 호주가 가스 수출 제한을 검토하면서 올겨울 가스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주경쟁소비자위원회는 최근 자국 동부 해안 지역의 내년 가스 공급량이 부족해질 것으로 판단하고 액화천연가스(LNG) 내수 물량 확보와 수출 제한 조치를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호주의 수출이 제한될 경우 LNG를 둘러싼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 간의 물량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올 상반기 한국의 최대 LNG 수입국으로 떠오른 호주가 이 같은 조치를 취하면 우리는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LNG 가격은 폭등세를 보이고 있다. 동북아 지역 LNG 가격 지표인 JKM 선물 가격은 지난달 말 1년 전보다 196.1%나 올랐다. 더 큰 문제는 과거 낮은 가격에 체결된 장기 계약이 파기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다국적 원자재 거래 회사인 ‘SEFE마케팅앤드트레이딩’은 인도 국영 가스 회사 ‘게일’에 대한 LNG 장기 공급 계약을 깼다. 우리나라 가스 조달 계약의 80%가량이 장기 계약이지만 무조건 안심할 수는 없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필요할 경우 LNG 직수입사에 대한 수출입 규모·시기 등의 조정명령을 통해 수급 안정화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에너지 해외 의존도가 93%에 이르는 우리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 산업부뿐 아니라 대통령실부터 직접 LNG 공급 등 진행 상황을 꼼꼼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중국·일본에 이어 세계 3위 LNG 수입국이다.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오는 가스관의 한계로 겨울철 부족 물량 충당을 위해 아시아 시장에 참여하면 경쟁은 더 가열될 것이다. 민관이 협력해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LNG 발전을 줄이기 위해 원자력발전소 가동을 늘리는 방안도 추진해야 한다. 절전 시 인센티브 제공 등 에너지 절약 캠페인도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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