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은 과로사가 법원에서 과로산재로 판정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주 52시간제를 지킨 사업장에서 일어난 과로사를 과로산재로 볼 수 있느냐를 두고 정부와 법원의 판단이 엇갈리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이다.
14일 임종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과로산재 불인정으로 유족 측이 공단에 건 행정소송 중 판결이 이뤄진 건은 408건이다. 공단은 이 가운데 103건을 패소했다. 10건 중 4건꼴로 공단 판단을 뒤집고 법원에서 과로산재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이 패소율을 보면 2021년 23.4%에서 올해(1~7월) 32.8%까지 올랐다. 임 의원은 "공단의 과로사 판정 기준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단 안팎에서는 패소율이 높아진 상황에 대해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정부가 유족이 건 소송에 대해 적극적인 방어를 하는 게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 52시간제도 높아진 패소율의 원인이다. 공단 한 관계자는 "과로사를 판단할 때 주요 검토 기준은 근로시간"이라며 "주 40시간 근로 사건도 오는데, 기본적으로 주 52시간제를 지킨 사업장이라면 과로사로 인정할 수 있는지 어려운 상황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법원은 주 52시간제와 무관하게 과로산재에 집중하다보니 과로산재 인정비율도 그만큼 높다는 것이다. 게다가 고용부의 과로사 인정 기준은 3개월간 주 60시간을 일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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