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2014년부터 최근까지 전 세계 20여 개국의 정당과 대선 후보 등 유력 정치인에게 총 3억 달러(약 4170억 원) 이상의 자금을 은밀히 후원했다는 미국 측의 주장이 제기됐다. 한 아시아 국가의 대선 후보에게도 거액의 러시아 정치자금이 흘러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13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은 미국의 한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이 당국자는 미 정보 당국이 파악한 첩보를 근거로 “러시아가 각국의 정치 상황을 자국에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정치자금을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러시아의 이 같은 시도를 막기 위해 (정보 당국의) 기밀 일부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해제된 기밀 문건에 따르면 러시아는 ‘포섭’ 대상국의 싱크탱크와 극우단체를 통해 후원 자금을 정치인에게 전달했으며 명목상 회사인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자금 전달 통로로 활용했다. 문건에는 러시아가 포섭하려 한 나라들의 명단이 공개되지 않았으나 알바니아와 몬테네그로·에콰도르 등이 포함됐다고 WP는 전했다. 또 문건에는 한 아시아 국가의 대선 후보가 이 나라에 파견된 러시아 대사로부터 후원금 수백만 달러를 현금으로 수령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러시아는 현금 또는 암호화폐나 사치품을 정치인에게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미국의 당국자는 이번에 공개된 러시아의 정치자금 후원 규모가 ‘빙산의 일각’이라고 지적했다.
문건은 미국에 대한 러시아의 포섭 활동을 다루지는 않았다. 앞서 2018년 미국 검찰은 2016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후보의 승리를 위해 개입한 혐의로 러시아 단체 3곳을 기소한 바 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의 정치자금 후원은 명백한 주권 침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무부는 100여 개국 내 미국 대사관과 이번에 기밀이 해제된 문건을 공유하고 러시아의 정치 공작을 막기 위해 각국과 공조하기로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