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의 햇살이 뜨거웠던 지난 8월 말, 서울 송파여성축구장에서 김정희 씨를 만났다. 하늘거리는 파란색 원피스를 입은 그는 누가봐도 평범한 중년여성이었다. 그러나 인터뷰가 시작되고 축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김 씨의 눈빛이 달라졌다. 입가의 미소는 인터뷰 내내 사라지지 않았다. 김정희 씨는 25년차 송파구청 여성 축구단 소속 축구선수이자 송파구청 여성 축구단의 몇 안되는 시니어 멤버다.
김 씨는 38살에 우연히 시작한 축구의 매력에 빠져 60살이 넘도록 축구를 하고 있다. “축구를 잘하기 위해 20년 넘게 근력 운동을 빼놓지 않고 한다”는 그에게 축구는 삶의 에너지이자 원동력이다. 김 씨는 “자기 또래의 중년여성에게는 축구보다는 초보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풋살을 권하고 싶다”며, “체력만 허락된다면 70살까지 필드에서 뛰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 만나서 반갑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1960년생 김정희입니다. 축구는 1998년에 처음 시작해 25년 정도 하고 있습니다.”
- 현재 송파구청 여성 축구단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맞나.
“맞다. 어머니 축구교실이 송파구청 여성 축구단의 전신이다. 그때부터 시작했으니 창단멤버인셈이다(웃음).”
- 많은 운동 중 축구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처음엔 강제로 시작했다(웃음). 당시 38살이었는데, 집 근처 동사무소관할 공공도서관인 마을문고에서 책 대여봉사활동을 하고 있었다. 어머니 축구교실이 문을 열자 키가 크고 운동을 잘하게 생겼으니 해보라고 동사무소 직원이 권했다. 그렇게 한 달을 해보니 재미있더라. 어머니 축구교실 회원이 130여명이었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다. 그러자 구청에서 송파구청 소속 여성 축구단을 만든거다.”
- 그럼 어머니 축구 교실에서 한 달간 운동을 한 후 여성 축구단 창단멤버가 된건가.
“맞다. 어머니들 사이에서 반응이 좋으니까 감독, 단장 모두 갖춘 축구단이 만들어졌다. 어머니 축구교실에 참석한 130여명 중 출석률 등을 기반으로 심사를 거쳐 3분의 1정도를 선발했는데, 거기에 해당이 됐다. 그렇게 시작된 게 60살이 넘어서 까지 이어졌다.”
- 당시 함께 창단 멤버로 뛰었던 분 중 지금까지 남아있는 분이 있나.
“있다. 우리가 1기생인데, 현재 3명이 남아있다. 그들과는 20년 넘게 함께 운동하며 지내다 보니 일반 친구보다 더 끈끈하고 서로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친하다.”
- 20년 넘게 할 만큼 축구가 매력적인 운동인 것 같은데, 축구의 매력을 말한다면.
“하하하…. 글쎄 축구의 매력을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요. 요즘 TV프로그램 중 여자 연예인들이 축구하는 게 있지 않나. 그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분이 하는 말이 본인이 연예인 생활 10년을 하면서 이렇게 재미있는 운동이 있다는 것을 몰랐다고 하더라. 정말 축구는 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재미가 있다. 특히 공이 발등에 와서 붙었다가 팡하고 앞으로 나갈 때의 기분은 경험해본 사람만 알 수 있다.”
- 경기시 포지션은 어떻게 되나.
“젊었을 땐 체력이 좋아 수비형 미드필더를 봤는데, 지금은 나이가 들어서 오른쪽 윙백을 맡고 있다. 나이들수록 실제 경기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드는 건 사실이다. 그래도 기회가 왔을 때 수비영역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해내려고 한다.”
- 송파구청 여성 축구단 멤버의 나이대가 어떻게 되나.
“젊은 친구들 사이에서 축구가 인기가 많아지면서 젊은 단원이 많아졌다. 지금은 2030세대가 대부분이고 40대가 3분의 1정도 된다. 5060세대는 나를 포함해 5명이다.”
- 축구가 몸을 많이 쓰는 운동으로 알고 있다. 60대 중년여성이 하기에 어떤가.
“솔직히 내가 60살이 넘은 이 나이에도 축구를 할 수 있는 것은 20년 넘게 꾸준히 해와서다. 그렇지 않고 지금 나이에 축구를 시작하기란 쉽지 않다. 만약 지금 축구에 관심이 생겨 시작하고 싶다면 풋살을 권하고 싶다. 풋살도 전문적으로 하는 곳보다는 초보자들이 모여 기초부터 배우는 곳에서 하기를 추천한다.”
- 지금 얼핏 봐도 60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몸이 좋다. 축구 이외에 다른 운동을 하나.
“20년 넘게 근력 운동을 하고 있다. 축구를 하기 위해서 운동을 하는 셈이다. 코로나19 발생 전에는 전문기관에 다니면서 PT를 받았다. 그때 몸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웃음).”
- 따로 하는 건강 관리가 있다면.
“특별히 하는 건강관리는 없지만, 철저하게 지키는게 있다. 무슨 일이있어도 아침밥과 저녁밥은 꼭 챙겨 먹는다. 원정 경기를 나가게 되면 새벽 네시에 일어나 출발할 때도 있다. 그런 날도 아침밥을 잊지 않고 챙겨 먹는다.
- 20년 넘게 축구를 했는데, 축구를 오래하면 어디가 좋아지나.
“젊어서부터 오랜기간 축구를 하면 하체가 튼튼해지는데 큰 도움이 된다. 내가 30대 후반에 축구를 시작했는데, 40대 중반까지만 해도 바지를 사면 허리가 아니라 허벅지에 맞춰 샀다. 그정도로 하체 근육이 발달된다. 그땐 그게 자부심이었다(웃음).”
- 축구를 하기 전 삶이 궁금하다. 원래 어떤 일을 했었나.
“결혼해서 첫 아이를 낳아 키울때까지 은행에서 일했다. 그러다 아이를 봐주던 친정엄마가 다치시면서 퇴직해 아이만 봤다. 좋은 기회가 생겨서 퇴직 후 다니던 은행에서 파트타임으로 6년 정도 더 일했다. 둘째 아이를 낳으면서 전업주부로 살게 됐는데, 그래서인지 축구에 열과성을 다했다. 오십대 후반쯤 내 삶을 복기해보니 아이들과 축구가 있더라.”
“이제 63세에 접어든다. 지금 생각으론 70세까지 뛸 수 있을 것 같다. 일주일에 월, 수, 금 삼일 모여서 운동을 하는데, 특히 수요일은 저녁 운동이라 젊은 친구들이 다 나온다. 그러면쓰리 쿼터 경기를 한다. 오른쪽 윙백으로 경기에 참여해 뛰는데, 내가 공을 못막으면 센터백에 있는 친구가 처리해주고, 아니면 왼쪽 윙백 친구가 도와준다. 내가 잘차면 서로 잘 찼다고 칭찬해주고 그럼 정말 기분 좋게 운동하고 집에 돌아간다. 그때 기분이 너무 좋아서 오래 운동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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