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황정민, 박해수, 조우진, 유연석, 장첸 등이 출연한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 '수리남'(윤종빈 감독)이 OTT 콘텐츠 순위 집계사이트 플릭스패트롤(FlixPatrol) 기준 넷플릭스 TV쇼 부문 글로벌 3위(14일 기준)를 기록했다. 지난 9일 전세계에 공개된 '수리남'은 '용서받지 못한 자',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군도: 민란의 시대', '공작' 등을 연출한 윤종빈 감독의 첫 시리즈물 연출작이다.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마약 대부(황정민)로 인해 누명을 쓰고 감옥에 간 민간인(하정우)이 국정원 요원(박해수)의 작전에 합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몰입감 있게 그리며 호평을 받고 있다.
수리남을 장악하려는 중국 마피아 두목 첸진은 산 채로 사람 사지를 잘라버릴만큼 잔인한 인물로 묘사된다. 그만큼 적은 분량임에도 강렬한 인상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윤종빈 감독은 첸진 역으로 대만배우 장첸을 미리 점찍어두고 그를 캐스팅하기 위해 오랜 기간 공을 들였다고. 수리남 인기와 더불어 장첸 배우에 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는 모양이다.
국내 관객들에게는 영화 '범죄도시'에서 윤계상 배우가 열연한 '장첸'이 더 익숙할 지 모르나 배우 장첸(張震)은 올해 열린 94회 아카데미 최다 수상작인 영화 '듄(DUNE)'의 유에 박사 역으로 주목받았고, 오늘 소개할 영화 '영혼사냥'(2021)으로는 지난해 열린 중화권 최대 영화제 제58회 금마장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글로벌한 인지도와 인기를 얻고 있는 대만 대표 배우다.
장첸의 최근 주연작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영혼사냥'은 원제가 '집혼(?魂)'으로, 말 그대로 영혼을 붙잡는 이야기 서사를 갖추고 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영화의 장르는 SF다. 2031년 대만을 배경으로 사건이 벌어지는데 강령술, 과학, 모성애, 동성애까지 짬뽕으로 다루면서도 전개가 조화로운 상당히 특이한 작품이다. 보통 이런 류의 영화라면 개연성에 발목 잡혀 끝까지 시청하기 어려운 편. 하지만 이 영화는 스토리가 대체 어떻게 이어질 지 궁금해하며 결말까지 쭉 보게 되는 희한한 몰입감을 준다.
영화가 시작되면 늦은 밤 도심에서 떨어진 왕 회장의 고급 빌라에 경찰이 도착하고 가정부가 문을 열어준다. 경찰이 왕 회장의 SOS 신고를 받고 출동한 건데, 왕 회장의 방에 가보니 뿌연 연기와 함께 매캐한 냄새가 흐르고 왕 회장은 흉기에 맞아 숨져있다. 게다가 벽 한 쪽에는 별 모양의 마법진이 그려져 있다. 왕 회장 옆엔 어린 여자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다. 그녀는 왕 회장이 새로 데려온 아내 리옌이었다.
한편 검사 차오(장첸)는 암 투병에 시달리고 있다. 자신의 아이가 곧 태어날 예정이지만 종양이 퍼질 대로 퍼져 치료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의사는 새로 개발 중인 치료법인 RNA 복원기술 임상실험에 참여할 것을 권고하지만 차오 가족은 막대한 치료비가 부담이다. 그 와중에 왕 회장의 죽음이 미디어에 오르내리며 이슈로 떠오르자 차오는 복직을 신청한다. 이 사건을 해결해 가족 부양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한 것. 그렇게 차오와 수사관들은 왕 회장의 죽음을 둘러싼 인물들을 신문하기 시작한다.
차오는 과학 기술이 진보한 21세기에 주술이나 저주 따위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탕쑤전이 죽을 당시 대량의 환각제를 흡입한 상태였고 왕 회장의 방에서도 같은 성분을 발견한 참이었다. 남겨진 증거들을 조합하며 왕 회장이 20년 전부터 공을 들여왔다는 RNA 복원기술에 관한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다. 왕 회장에게는 완위판이라는 동업자가 있었고 탕쑤전 역시 연구소에 근무했던 직원이었다.
환각제 성분을 쫓은 끝에 사당 같은 은신처에서 왕텐유를 붙잡는데 성공하고. 대질신문을 하는 과정에서 리옌이 별안간 탕쑤전에 빙의한 듯 텐유를 향해 눈물을 쏟는다. 텐유는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복수심으로 일을 저질렀음을 마침내 자백한다. 이것으로 사건이 해결되는 듯 싶었지만 차오는 아내 바오가 일부 증거를 조작했음을 알게되고, 모든 것을 바로잡기 위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영화는 '영혼', '빙의', '주술', '저주' 따위가 뒤섞이며 마치 한 편의 공포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선사하면서도 'RNA 복원기술'이라는 개념을 통해 2030년대 대만에서 벌어지는 SF 영화임을 틈틈이 각인시킨다. 결말에 가까워질 수록 영화 속 세계를 이해하기 쉽다. 사실 왕 회장의 기술은 뇌를 복제하는 것에 가깝다. 영혼 사냥이라는 것도 결국 영원히 살고 싶었던 인간의 과욕이 부른 범죄 행위였다. 영화 전반에 흐르는 이상 행동들도 알고 보면 모두 뇌 복제에 의한 부작용이 원인이었던 것. 왕 회장과 결혼한 어린 여성 리옌은 과연 누구의 뇌가 복제된 것일까. 이를 추리하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반전이 꽤나 강렬하다. 여운과 함께 생각할 거리도 던져준다.
장첸은 쇠약해진 암 환자를 연기하기 위해 삭발 변신과 함께 61kg까지 감량하는 등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영혼사냥' 전반에 걸쳐 무게를 잡고 극을 이끈 끝에 지난해 58회 금마장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가 1991년 영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감독 에드워드 양)으로 첫 남우주연상 후보에 노미네이트 된 지 30년 만의 일이었다.
◆시식평 - SF와 주술의 신선한 조화, 장첸 아니었음 끝까지 못보고 껐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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