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현지시간) AP통신은 미국 앨라배마주가 사형수에게 처음으로 질소 가스를 이용한 새로운 사형 집행 방법이 적용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제임스 후츠 앨라배마주 법무차관은 오는 22일 예정된 사형수 앨런 유진 밀러의 처형을 기존의 독극물 주입법 대신 질소 가스를 사용해 집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법원에 보고했다.
하지만 후츠 차관은 새로운 처형법이 사용될 지에 대한 최종 결정은 교정위원인 존 햄의 판단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질소 가스 처형은 질소 가스를 사형수에 주입시키면 질소가 산소 대신 인체에 들어가 저산소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는 방식이다. 미국 내에서 앨라배마와 다른 2개의 주로부터 집행 허가를 받았지만 실제로 적용된 적은 없다.
앨라배마 당국이 이 새로운 방법을 통해 사형을 집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은 밀러가 자신의 독극물 주입을 통한 사형 집행을 막기위해 신청한 예비금지명령에 대한 법원 심리에 나오면서 공개됐다.
밀러는 수년전 약물 대신 질소 주입 방식으로 자신을 처형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그는 교도관이 이런 청원을 담은 문서를 분실했다고 주장했고 현재 교정당국이 이와 관련해 조사를 진행 중이다.
2018년 앨라배마주가 질소 가스를 이용한 사형을 대체집행방식으로 승인했을 때 주법은 수감자들에게 이를 사형 집행 방법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양식을 줬다. 밀러는 이 양식을 당일 교도관에게 반납했다고 증언했다.
밀러는 피를 뽑으려는 고통스러운 시도 때문에 바늘을 얼마나 싫어했는지 묘사하며 당시 질소가스가 치명적인 주사보다 더 나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밀러에게 그 종이를 배포한 교도관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해 물었을 때 그는 그럴 수 없다고 답했다.
앨라배마는 지난해 연방법원 판사에게 질소 가스를 이용해 사형수들을 사형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다고 밝혔지만 언제 사용될 지에 대해서는 추정치를 내놓지 않았다.
아울러 밀러의 변호인단은 질소가스를 이용한 사형 집행에 무조건적으로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질소 가스를 이용한 사형 과정에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고 그가 시도되지 않은 사형 집행 방식의 ‘시험 사례’가 되길 원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에 주정부는 밀러가 그의 사형 집행을 지연시키려 한다고 주장했다. 주정부가 밀러에게 질소 사용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에 동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데까지 갔지만 수감자가 이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이 주장에 대해 밀러의 변호인 측은 주정부가 증언을 하는 과정에서 가스 마스크를 제시했으며 밀러는 당연히 화가 났다고 설명했다.
택배 트럭 운전사인 밀러는 1999년 앨라배마주 버밍햄 교외에서 피해자들이 자신을 동성애자라는 소문을 퍼뜨리고 있다는 망상에 빠져 직장 동료 3명을 총으로 쏴 살해했다. 하지만 변호인의 정신과 의사는 “밀러가 심각한 정신 질환을 앓고 있지만 그의 상태가 주법에 따른 정신 이상 방어의 근거로 삼을 만큼 나쁘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사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현재 사형제도를 존치하고 있는 미국의 대다수 주는 약물주사를 통해 사형을 집행하고 있으며 일부 주에서는 전기의자, 총살 등 대체 방안을 허용하고 있다.
질소가스를 이용한 첫 사형 집행을 놓고 논란이 예상되는 가운데 질소 가스를 이용한 처형법의 찬성론자들은 이 방식이 인간적이고 고통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실제 적용 사례가 없을 뿐 아니라 2차 대전 당시 나치의 학살을 떠오르게 한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입장도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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