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인플레이션이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신호가 나왔다. 미국 노동통계국은 13일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8.3% 올랐다고 발표했다. 6월(9.1%)과 7월(8.5%)에 비하면 낮아졌지만 시장의 예상치(8.1%)를 웃돌았다. 전달에 비해서도 0.1%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깨고 외려 0.1% 상승했다. 고물가 장기화 부담이 금리 인상 압력을 키울 것으로 우려되면서 나스닥지수(-5.16%)를 비롯한 뉴욕 증시는 일제히 폭락했다. 파장은 한국 금융시장에도 그대로 전달돼 코스피지수는 장중 2400선을 깨고 원·달러 환율은 13년 5개월여 만에 1390원을 돌파했다.
미국의 8월 CPI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이달 빅스텝(0.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을 완전히 잠재웠다. 월가에서는 3연속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 전망이 압도적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울트라스텝(1%포인트 인상)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연준이 금리 보폭을 넓힐수록 한국은행의 고민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남은 두 번의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는 베이비스텝을 단행할 경우 미국과의 금리 역전으로 외국 자본의 대규모 유출을 걱정해야 한다.
우리의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 위기 터널도 더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출 증가세 둔화와 에너지 수입 급증으로 6개월 연속 무역 적자 가능성이 커졌다.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 기업은 코로나19 이후 부쩍 늘었고 대출로 집을 산 ‘영끌족’은 집값 하락으로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정부와 통화 당국의 정교한 정책 공조가 절실한 시점이다. 정부는 다양한 위기 시나리오에 맞는 비상 플랜을 세워 물가를 안정시키고 부채 관리를 통해 가계와 기업의 연쇄 부도 위험을 막아야 한다. 이와 함께 생산성 제고로 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한편 성장 동력을 재점화할 수 있도록 규제 등의 ‘모래주머니’를 걷어내고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등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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