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8월 무역수지가 사상 최대 폭의 적자를 기록했다. 가파른 엔저와 천연가스 가격 급등으로 수입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수입비용 증가가 소비를 위축시켜 회복 중인 일본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15일 일본 재무부는 8월 무역수지가 2조 8173억 엔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7월의 1조 4339억 엔 적자를 크게 웃도는 것은 물론 전문가들의 예상(2조 3857억 엔 적자)도 넘어서는 규모다. 자동차 수출이 회복되며 수출액이 전년 대비 22.1% 증가했지만 원유와 석탄·액화천연가스(LNG) 등 에너지 수입 비용 증가로 수입액이 49.9%나 늘어났다.
8월 무역적자는 2014년 1월(2조 7951억엔 적자)의 기록을 넘어 비교 가능한 1979년 이후 최대치를 찍었다. 일본 무역수지는 2015년 이후 최장 기간인 13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블룸버그의 마스지마 유키 이코노미스트는 “9월에는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진 데다 전 세계의 수요도 약해져 수출 증가세를 억제할 것으로 보인다”며 “무역적자 폭이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20여 년 만의 엔저와 불어나는 무역적자는 일본 경제 회복에 큰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너지·식료품 수입 비용이 늘어나면 이는 결국 소비자가격으로 전가돼 가정의 구매력을 잠식하게 된다. 일본은행(BOJ)은 엔저를 용인해 수출 경쟁력 제고에 따른 경제 회복을 꾀하고 있지만,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과 유럽 경제가 둔화하면서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 8월 수출 증가율은 전월 대비 0.7% 감소해(계절 조정 기준) 지난해 9월 이후 약 1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시장 조사 업체 NLI의 사이토 다로는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수출 물량은 크게 늘지 않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 둔화가 이 같은 추세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이것이 환율 변동성보다 경제에 더 큰 위험 요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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