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현재 고용노동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하고 나섰다. 시스템 내 근로자만 보호받는 불합리한 구조가 노동시장의 사각지대와 양극화를 초래했다는 지적이다. 이 구조를 그대로 두면 근로조건 전반이 열악한 노동시장의 하층에서 파업으로 대표 되는 노사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이 장관은 16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노사단체와 노동 전문가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간담회를 열고 "노사갈등을 유발하는 이중구조는 노동시장의 해묵은 과제"라며 "'공장법 시대'의 현재 고용노동시스템은 내부 근로자만 두텁게 보호해 (결국) 시스템 밖 근로자의 격차를 확대했다"고 말했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이 근로조건과 기술, 노동 형태의 변화를 아우르지 못한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문제는 이 시스템이 기업 규모, 고용 형태, 성별, 지역 등 상하로 나뉜 노동시장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주제 발표자로 나선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상반기 노동 갈등은 비전형 고용부문과 이중구조화된 노동시장 하층 영역에서 주로 발생했다"고 같은 목소리를 냈다. 실제로 최근 점거와 같이 과격한 형태를 보인 노사갈등은 하청 근로자가 일으켰다. 이 장관은 "대기업과 정규직 노조는 하청 근로자와 연대 보다 기득권 보호에 치중하고 ,원청은 하청과 비정규직 근로자에 부담을 전가한다"며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은 이 구조 문제의 단면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대한 해법은 노사정 모두 결이 조금씩 다르다. 노동계는 원청의 하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등 현 노동법제에서 노동자성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노동권이 현재 보다 세지면 노사 갈등이 심해지는 상황이 초래될 것이라고 반대한다. 정부는 임금, 근로시간을 중심으로 한 노동시장 개혁을 통해 이중구조 해소의 단초를 찾겠다는 방침이다.
양측의 이런 입장 차이는 최근 국회에서 논의 중인 일명 노란봉투법으로 강하게 분출됐다. 이 법은 기업의 노조에 대한 과도한 손배소를 막는 게 목적이다. 노동계는 노동권 강화를 위해 제정을 촉구하지만, 경영계는 법이 제정되면 불법 파업을 조장한다고 반대한다.
이 장관은 "이중구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노동법제 전반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조선업 등 개선이 시급한 이중구조 문제에 대해 빠른 시일 내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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