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문재인 전 대통령을 가르켜 “공산주의자”라고 발언을 했던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에게 배상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16일 문 전 대통령이 2015년 고 전 이사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고 전 이사장이 1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고 전 이사장은 2013년 1월 보수 진영 시민단체의 신년하례회에서 전 민주통합당 18대 대선 후보였던 문 전 대통령을 가리켜 "문 후보는 공산주의자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건 시간문제"라고 발언했다. 그는 "부림사건은 민주화 운동이 아니고 공산주의 운동이었으며 문 후보도 이 점을 잘 알고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문 전 대통령은 "합리적 근거 없는 발언으로 사회적 평가가 심각히 침해됐다"며 2015년 고 전 이사장에게 1억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에선 문 전 대통령이 일부 승소했다. 1심 법원은 "원고(문 전 대통령)에 대한 사회적 명성과 평판이 크게 손상됐다"며 3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심 법원도 "남북 대치, 국가보안법이 존재하는 우리 현실에서 '공산주의' 표현이 갖는 부정적, 치명적인 의미에 비춰 볼 때 원고가 아무리 공적 존재라 하더라도 지나치게 감정적, 모멸적인 언사까지 표현의 자유로 인정할 순 없다"며 고 전 이사장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인정된 위자료는 1000만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공산주의자'라는 발언은 고 전 이사장의 경험을 통해 나온 의견 내지 입장 표명이라며 "원고의 명예를 훼손할 만한 구체적인 사실의 적시라고 보기 어렵다"고 보고 사건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고 전 이사장의 발언이 "원고의 정치적 이념에 대한 의견교환과 논쟁을 통한 검증과정의 일환"이라며 "원고의 사회적 평가에 대한 부정적인 측면만을 부각해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했다고 평가하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고 전 이사장은 이미 지난 2월 같은 내용의 형사사건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법원은 '공산주의자' 발언이 사상 또는 이념에 대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명예를 훼손할만한 구체적 사실 적시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건을 돌려보냈고, 파기환송심에서 무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본 형사판결과 동일한 판단"이라며 "공적 인물에 대한 평가나 비판, 문제 제기와 당부 판단은 사회적 공론의 장에서 이뤄져야 하고 이를 표현의 자유의 한계를 일탈한 불법행위로 평가하는 건 신중해야 한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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