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짜고짜 큰 소리로 애창곡을 부르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거침없이 “저기요!”를 외치며 행인을 붙들고, 1분에 한 번꼴로 호탕하게 웃어대는 청년이 있다. 바로 거침없고 유쾌한 삶의 태도로 42만 구독자에게 사랑받고 있는 유튜브 채널 ‘원샷한솔’의 김한솔 유튜버이다.
그런데 마냥 넉살 좋은 요즘 청년인 줄로만 알았던 그가 바로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순간 더욱 놀라움을 감출 수 없다. 그에게서 구김살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10월, 보기만 해도 밝은 에너지가 전해지는 채널 원샷한솔이 개설됐다. 복잡한 가정사, 노골적인 교내 차별, 아버지의 죽음, 이른 나이에 찾아온 실명, 신분증보다 먼저 얻은 장애등록증 등 듣기만 해도 안타까운 사연들을 담담히 전하는가 하면 장애인들의 현실을 날것 그대로 솔직하고 유쾌하게 보여준 덕분에 1년 2개월 만에 구독자 10만 명을 달성하고 세 계 최초로 점자로 제작된 실버버튼을 받았다.
한국사회에서 시각장애인이 겪는 불편을 가감 없이 보여주는 ‘사회실험’ 콘텐츠는 수많은 언론기사로도 확산되었고, 각종 장애 인식 강연회, 장애인 미디어 축제 등에 초대되며 채널 밖에서도 장애인 인권 향상에 필요한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동안 영상에서는 미처 전하지 못했던 비하인드스토리를 진솔하게 담은 책 <슬픔은 원샷, 매일이 맑음>을 통해 작가 김한솔로도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슬픔은 원샷, 매일이 맑음>은 김한솔 저자가 시력을 잃은 순간부터 지금까지의 인생 흐름을 속속들이 조명한 아름다움 성장기다. 먹구름 짙던 그의 인생이 어떤 계기로 맑아졌는지, 그 모든 과정에서 무엇을 깨닫고 어떤 미래를 꿈꾸게 되었는지 낱낱이 적어 내려갔다.
그에게도 한때 어둠의 시간이 있었다. 갑작스런 실명으로 큰 충격에 빠졌던 그는 한동안 집 밖으로 한 발짝도 나가지 않았다. 사람과의 교류를 누구보다 원하면서도 어색한 시선 처리가 부끄러워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했고, 누군가에게 도움 청하는 것이 두려워 신호가 십수 번 바뀌는 동안 횡단보도 앞에 서서 머뭇거리기도 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내밀어준 따뜻한 손, 점자라는 실오라기 같은 희망의 빛을 놓치지 않았다. 가질 수 없는 것보다 이미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기로 하자 희미했던 빛은 점점 더 선명해졌다. 다시 앞을 볼 수 있다면 물론 기쁘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지금 내가 누릴 수 있는 기쁨이 충분히 많다는 그의 말엔 한 점의 주저함이 없다.
<슬픔은 원샷, 매일이 맑음>에서는 실명의 아픔에 몸부림쳤던 스토리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으로서의 삶을 즐기는 모습, 꿈과 웃음과 친구가 많은 일상, 포기를 모르고 도전과 농담을 좋아하며 누구보다 사랑이 많은 그의 다양한 면모를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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