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중국에서 3000개가 넘는 반도체 회사가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년간 정책적 지원을 쏟아부으며 반도체 자립에 드라이브를 걸어온 중국 정부의 정책 기조에 비상이 걸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16일 중국 기업 데이터베이스 플랫폼 치차차의 통계를 인용해 올 1~8월 ‘반도체’를 기업 또는 브랜드 명칭에 사용한 3470개 중국 기업이 사업 등록을 취소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해 총 3420개의 중국 반도체 회사가 폐업했는데 8개월 만에 그 기록을 넘어선 것이다. 문을 닫은 기업의 수는 2020년 1397곳에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반도체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안착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레이 홍콩중문대 선전금융연구소 부교수는 “반도체 산업은 자본집약적인 분야”라며 “사업에 새롭게 뛰어든 반도체 회사의 일부는 가혹한 시장 환경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지난해에만 4만 7400개의 반도체 관련 회사가 문을 열었다.
중국 내에서도 ‘반도체 물결은 끝났다’는 비관적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푸젠성에 위치한 반도체 설계 업체 GSR일렉트로닉스의 창업자 중린은 “수많은 반도체 스타트업들은 투자 자금이 고갈되면 파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인 누르링크는 5월과 6월 직원들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등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하고 있다. 4월부터 두 달간 상하이 봉쇄 조치로 현지 반도체 회사들이 큰 타격을 받으면서 중국 반도체 산업계의 성장세가 주춤했다는 평가도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도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 등으로 본격적인 중국 견제에 나선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최근 엔비디아와 AMD 등이 반도체를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도록 했다. SCMP는 “반도체 회사들의 폐업은 코로나19 봉쇄 정책으로 인한 소비 심리 위축과 미중 간 긴장 고조로 반도체 산업의 부담이 커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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