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올해 8월부터 연말까지 5개월간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면서 낸 요금의 절반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며 ‘반값교통비지원법’을 추진하고 있다. 7월 김성환 정책위의장이 이 같은 내용을 담아 대표 발의한 대중교통법 개정안은 민주당이 정기국회 통과를 공언한 ‘22대 민생입법과제’에 포함돼 있다. 하지만 4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비용이 문제다.
국회예산정책처는 해당 기간에 국민이 버스·지하철을 타면서 낼 요금이 5조 3478억 원에 달하고 이 중 절반을 돌려준다면 2조 6739억 원이 소요된다고 추산했다. 여기에다 교통비 지원 정책에 편승해 대중교통 수요까지 늘어나면 재정 부담이 최소 3조 3000억 원에서 최대 4조 6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개인별 혜택은 평균 3만 3000원에 그쳐 투입 비용에 비해 국민들의 체감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정부와 여당은 올 하반기 신용카드로 결제한 대중교통 요금에 비례해 내년도 소득세를 감면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경우 민주당 방안의 8분의 1 수준인 3445억 원만 투입하면 된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2조 원 정도면 감당할 수 있다며 강행하려 한다. 민주당은 한술 더 떠 15일에는 과잉 생산된 쌀의 정부 매입을 의무화하는 법안을 국회 농림수산위원회 소위에서 단독 처리했다. 수천억 원의 예산이 소요될 수 있는데도 표심만 노리고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선심성 현금 복지를 마구 늘린 탓에 지난 5년 동안 국가 채무(D1 기준)는 415조 원이나 급증했다. 포퓰리즘 복지 정책은 나라 곳간을 거덜 나게 하고 미래 세대에는 엄청난 빚 폭탄을 안기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반값 교통비가 현실화할 경우 소요되는 4조 원은 공중으로 사라질 게 뻔하다. 그런 예산이 있다면 꺼져가는 성장 동력을 재점화하고 사회 안전망을 촘촘히 하는 데 써야 한다. 자원 빈국인 한국은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초격차 기술로 무장해야 글로벌 기술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반도체·배터리 등 전략산업의 첨단 기술 개발과 고급 인재 육성을 위해 재정을 적극 투입하는 것이 성장과 복지의 선순환 구조로 가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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